저금리에도 이자 부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가계 소득 회복돼도 소비 위축되는 기현상 원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출범직후 가계부채를 우선하여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5일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1분과 비공개 토론회에서다.
가계부채 문제를 풀지 않고는 경제성장 활력을 되찾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분석된다.
실제로 가계의 은행대출은 최근 급증한 탓에 금리 하락에도 이자 부담이 과거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아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은행 대출이자 부담액은 총 6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3분기 가계신용의 은행대출(459조3천억원)에 같은 기간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잔액기준ㆍ연 5.47%)를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 1ㆍ2분기에는 각각 6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작년 1~3분기 가계의 은행 이자 부담은 총 19조4천억원에 달한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3분기20조3천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가계의 1~3분기 기준 은행이자는 2003~2005년에 13조원 수준이었다. 이후 2006년 15조8천억원, 2007년 18조원으로 늘더니 2008년엔 20조원을 넘었다.
2009년 15조3천억원, 2010년엔 16조7천억원으로 다시 줄어드는 듯했으나 2011년에 19조1천억원으로 다시 뛰었다.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은 무섭게 불어난 가계부채의 총량 때문이다. 금융위기 당시 연 7.36%(2008년3분기)였던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지금은 5.47%(2012년3분기)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이자 총액은 되레 급증했다. 은행의 가계부채 총량이 같은 기간 383조6천억원에서 459조3천억원으로 19.7% 늘어나 금리 하락속도를 압도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가계 소득이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가 위축되는 기현상은 이자 부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가계가 부채에 짓눌린 탓에 돈을쓰기는커녕 이자 갚기에도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과 통계청이 지난해 전국 1만 가구를 설문한 결과로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는 가구(금융부채 보유가구의 68.1%) 가운데 79.6%가 "원금상환ㆍ이자지급 부담으로 저축ㆍ투자ㆍ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은행보다 훨씬 고금리인 비은행 예금기관이나 신용카드 등 가계신용 이자를 포함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은 추산으로는 2011년 2분기~2012년 3분기 가계의 이자부담은 매 분기 14조원을 넘나든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리 충격으로 2008년 4분기 약 14조원까지 올랐으나 증가세가 바로 꺾여 반년 뒤 11조원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젠 불어난 가계부채 총량 때문에 가계의 과중한 이자 부담이 장기화하는 형국이다. 금융위기 때보다 가계부채문제가 되레 심각해진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은 가계부채 조정을 했지만 우리는 조정을 미뤘다"며 "가계의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 내수경기의 회복이 어렵고 성장 활력이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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