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중 '클립' 국내 첫 서비스
가상화폐 보관·송금·거래 기능
카카오 "속도에 큰 지장없을 것"
[ 윤희은 기자 ]
올 하반기 안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가상화폐 전자지갑이 탑재된다. 메신저를 통해 가상화폐를 주고받는 서비스가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다. 카카오톡의 속도·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얼마나 많은 실사용자를 확보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클립, 올 하반기 출시
카카오가 선보일 가상화폐 전자지갑의 이름은 ‘클립(Klip)’이다. 카카오톡 메뉴 중 하나로 들어간다. 가상화폐 보관과 송금, 거래 등이 주요 기능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애용하는 가상화폐 온라인 전자지갑은 빗썸, 업비트와 같은 가상화폐거래소 내 지갑이다. 두 거래소의 회원 수는 200만 명에 달한다.
클립의 잠재 고객은 이들 거래소보다 훨씬 더 많다. 클립이 탑재되는 카카오톡의 회원 수가 5000만 명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특별한 가입절차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 채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다.
통용되는 가상화폐는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에서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기반의 ‘클레이(KLAY)’다. 각종 게임·금융·콘텐츠 이용을 통해 보상으로 받을 수도 있고, 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모인 클레이는 다시 여러 온라인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현금처럼 낼 수 있다.
클레이 이외의 가상화폐가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 클레이튼 플랫폼을 활용하는 가상화폐는 10곳을 넘어선다. 다만 어떤 가상화폐가 어떻게 탑재될지는 현재로선 미정이다.
카카오톡, 더 느려질까
숙제는 있다. 용량이 큰 서비스를 탑재할 경우, 필연적으로 메신저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출시 이후 지속적인 신규 서비스 탑재와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용량이 늘었다. 늘어난 용량만큼 속도는 느려지고, 앱(응용프로그램) 이용은 복잡해졌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 클립과 ‘링크’ 형태로 연동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트래픽 증가로 느려질 수는 있으나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이 실사용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메신저의 인기와 그 메신저를 앞세워 발행한 가상화폐의 이용률이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에서 발행한 ‘링크’ 역시 거래는 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소비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고질적인 숙제인 저조한 실사용률을 클레이가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현재까지 공개된 것만 봤을 때 기존 가상화폐와 큰 차별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라운드X는 서비스 고도화와 클레이튼 생태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클립의 전송속도를 최대한 높이는 한편 이용 방식은 간편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클레이튼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도 40개 이상 출시될 예정이라 생태계 조성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