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1·2·4주구 재건축 '소송 취하'땐 회생 가능성

입력 2019-08-18 16:59
수정 2019-08-19 02:45
관리처분 변경으로 '하자 치유'
조합, 2심 판결서 승소할 수도


[ 이유정 기자 ] ‘가구당 8억원, 총 2조원의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을까.’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사진)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업이 안갯속에 빠졌다. 소송 결과에 따라 2조원에 달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법조계에서는 원고 측과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거나, 조합이 문제가 된 부분을 변경한 뒤 소송을 진행한다면 부담금을 피해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합이 최종 패소하면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거나 아예 어그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6일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266명이 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형 면적을 보유한 조합원 중 일부에게만 ‘1+1 분양’(사업 완료 후 신축 두 가구를 배정받는 것)을 허용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요지다.

이번 소송이 민감한 이유는 이 단지가 2017년 말 관리처분계획을 신청,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가까스로 피했기 때문이다. 총회결의가 최종 무효 처리되면 새로 인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된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가구당 재건축 부담금은 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합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합의를 통해 소를 취하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한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일부가 마음을 돌리더라도 강경파들 때문에 재건축 소송에서 판결 이후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다만 반포주공1단지는 손실이 너무 막대해 합의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을 변경해 다시 인가받은 뒤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기존 관리처분 내용이 바뀌면 다툼이 되는 소송의 대상도 새로운 관리처분 내용으로 달라진다. 남기송 법무법인 천지인 변호사는 “변경인가를 받으면 법원이 문제로 삼았던 하자가 치유된 상태에서 다시 소송을 하는 셈이기 때문에 조합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합의 등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2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업 진행은 전면 중단된다. 전문가들은 2심과 3심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합이 패소하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면 반발하는 조합원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하면서 가뜩이나 수익성 우려가 커진 상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소유권 반환소송, 시공사 선정총회 결의 무효소송 등 다른 소송도 줄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