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원 삼성서울병원 교수팀
수술 중 신경계 손상 여부 감시
뇌혈관 등 뇌 신경계 수술에 이용
[ 이지현 기자 ]
신경계 검사를 하면서 뇌전증 수술을 하면 한쪽 마비 등 합병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질로도 불리는 뇌전증은 뇌 속 신경세포 등이 갑자기 지나치게 흥분해 발작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서대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사진)팀은 1995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뇌전증 때문에 측두엽 절제 수술을 한 환자 892명을 추적 관찰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치료 결과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Clinical Neurology) 7월호에 실렸다.
뇌전증 발작으로 병원을 찾으면 검사해 약물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으면 뇌전증 원인이 되는 뇌의 일부를 자르는 수술을 한다. 수술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다. 대개 측두엽 절제 수술을 많이 한다. 이 수술은 운동신경계와 거리가 멀지만 환자 1~3% 정도는 한쪽이 마비되는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
서 교수팀은 이런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수술 중 신경계를 감시하는 검사를 도입했다. 신경생리 전문의, 외과 전문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환자 상태를 관찰하면서 수술하는 방법이다. 수술을 하면서 운동유발전위 검사와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를 한다. 운동유발전위 검사는 두피에 붙인 전극으로 뇌 운동경로를 자극해 양팔과 양다리로 근육 반응이 잘 되는지 등을 보는 것이다.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는 손목 신경과 발목 신경을 자극해 두피로 감각이 잘 전달되는지를 본다.
삼성서울병원 수술 중 신경계 감시팀은 뇌전증 환자의 측두엽 절제 수술을 하는 동안 이 검사를 하면서 환자에게 신경계 손상이 일어나는지를 계속 감시했다. 수술 중 신경 반응 진폭 등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지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수술하는 외과의사에게 알려 원인을 확인하도록 했다. 환자에 따라 뇌 손상을 막을 수 있도록 구급조치도 했다.
서 교수팀이 분석한 892명의 환자 중 613명은 이런 신경계 감시를 시행하기 전 수술받은 환자였다. 나머지 279명은 2009년 감시를 시행한 뒤 수술받았다. 시행 전후를 비교했더니 신경계 감시 도입 전 수술받은 환자 중 영구적인 합병증이 생긴 환자는 7명이었다. 이 중 뇌경색 때문에 편마비가 생긴 환자는 1명,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반신부전마비를 호소한 환자는 6명이었다. 신경계 감시를 도입한 뒤에는 이런 영구 합병증이 생긴 환자가 없었다. 수술 중 환자 10명 정도에게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는데 모두 바로 대처해 수술이 끝난 뒤 한 달 안에 합병증 없이 회복됐다.
서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면서 수술 중 신경계 감시법은 뇌혈관, 뇌종양, 척추, 기능뇌수술 등 뇌신경계 관련 수술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뇌전증 수술에도 신경계 감시법을 활용하면 합병증이 0%로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이 검사가 적극적으로 활용돼 많은 뇌신경계 질환 환자가 더 안전하게 수술받으면서 완치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