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네일' 회원권 샀더니…연락끊고 잠적

입력 2019-08-16 17:29
수정 2019-08-17 00:27
주택가에서 '속눈썹 연장' 등 불법영업 성행
단속은 '깜깜'


[ 이주현 기자 ] 경기 화성으로 이사온 이모씨(33)는 지난 3월 한 미용사에게 집에서 손톱관리를 받았다. 네일숍에서는 7만원가량 내야 원하는 모양으로 손톱을 꾸밀 수 있는데 출장네일은 관리비 3만원, 출장비 5000원으로 반값에 불과했다. 이씨는 큰맘 먹고 20만원짜리 회원권을 샀지만 미용사는 이달 들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씨는 “자녀를 돌보느라 네일숍 방문이 어려워 출장네일을 받았는데 미용사가 돈만 받고 잠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찾아가는 손톱관리 서비스인 ‘출장네일’ ‘출장미용’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현행법상 불법인데도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네일숍만 1만3000여 개

지역별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각종 출장네일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을 묻거나 쪽지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댓글도 수십 개씩 달린다. 출장네일 업체를 소개해주는 중개 앱(응용프로그램)도 나왔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네일숍은 지난해 기준 1만3258개다. 2015년(6803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편의점 수(4만3000여 개)의 31% 수준이다. 출장네일 업체가 전체 네일숍의 5~10%쯤 된다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얘기다. 업계에선 네일아트 시장 규모를 약 3500억원, 업계 종사자 수를 13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네일숍을 열려면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네일미용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면허가 있더라도 출장네일, 속눈썹 연장 등을 비롯한 출장미용은 불법이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미용 영업은 봉사, 결혼식, 촬영 등의 목적이 아니라면 영업소 외의 장소에서 할 수 없다. 관리 도구의 소독, 살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출장네일은 시술 장소가 일정치 않아 질병이 발병한 뒤엔 역학조사도 어렵다는 게 피부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무면허 출장미용 많아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네일아트 불만 상담 건수는 2015년 463건에서 2016년 554건, 2017년 676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회원권을 판매한 뒤 잠적하거나 피부에 손상을 주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아직 통계가 정리되지 않은 지난해와 올해에도 소비자 상담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여름휴가 기간엔 상담 건수가 평소보다 50%는 더 많다”고 했다.

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용 시술 현장을 적발하기가 어려워서다. 네일아트, 속눈썹 시술 등 상당수 출장미용은 무면허로 영업 신고 없이 휴대폰 연락처를 바꿔가며 영업해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다. 지방자치단체별 특별사법경찰이 수사 권한을 갖고 단속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지난해 출장네일로 단속된 사례는 없었다”며 “현장에서 적발해야 하는데 혐의점 없이 주택에 들어갔다간 주거침입이 될 수 있어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