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남정민 기자 ]
영국 파운드화 지폐 앞면엔 여왕의 초상화가, 뒷면엔 위인 한 명이 그려져 있다. 최고액권인 50파운드짜리 뒷면에만 이례적으로 두 명의 초상화가 있다. 증기기관을 개량한 제임스 와트 그리고 증기기관 특허 연장과 상업화에 힘쓴 매슈 볼턴이 그 주인공이다. 볼턴이 아니었다면 와트의 증기기관이 상용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산업혁명이 늦어졌을 것이란 평이 일반적이다.
볼턴은 1728년 영국 버밍엄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금속제조업과 단추제작 사업으로 성공해 상당한 부를 모았다. 수력으로 움직이던 공장의 보조동력으로 증기기관을 생각한 볼턴은 와트와 함께 ‘볼턴와트상회’를 설립했다.
당시 와트는 자신이 개발한 증기기관의 거대한 잠재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때 볼턴이 증기기관의 가치를 알아보고 특허권의 3분의 2를 1200파운드(당시 런던 사무직의 연소득 규모)에 사 특허 연장에 힘을 쏟았다. 14년이던 특허를 31년까지 늘린 볼턴은 와트에게 기술과 자금도 지원했다.
성능이 개선된 와트의 증기기관은 이후 제지, 면화, 제철 등 다양한 업종에서 쓰이며 본격적인 산업혁명의 신호탄이 됐다. 볼턴은 1809년 8월 17일 별세했다. 영국인들은 산업과 과학을 연계시키려 했던 볼턴의 열정과 기업가 정신을 기려 “세상이 갖고자 하는 ‘힘’, 저는 그걸 팝니다”는 그의 말을 지폐에 함께 새겼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