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서 미군 입지 강화
풍부한 천연자원 동시에 노려
그린란드 외무부 "팔 생각 없다"
[ 심은지 기자 ]
부동산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사진) 구매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면적 216만㎢가 넘는 세계 최대 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과 그린란드의 풍부한 자원 및 지정학적 중요성을 토의했고 백악관 법률 고문에게 그린란드 매입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린란드는 북극해와 대서양에 접한 세계 최대 섬이다. 5만6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덴마크령이지만 국내 문제는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결정한다. 덴마크 정부는 외교·국방 문제에만 개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초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 보조금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정부는 매년 그린란드 예산의 60%에 달하는 5억9100만달러를 보조한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을 통해 북극해에서 미군 입지를 강화하고 알래스카와 같은 유산을 남기길 원한다”고 전했다. 미국 알래스카는 1867년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이 러시아로부터 불과 720만달러에 사들였다. 매입 당시 미국 내에서는 쓸모없는 땅을 샀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알래스카에서 천연자원이 발견되자 평가가 바뀌었다.
그린란드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와 미국은 수십 년간 방위 조약을 맺고 있다. 미군은 그린란드 최북단에 있는 툴레 공군기지를 두고 있다. 이 기지에는 미국의 탄도 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의 일부인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
반면 그린란드 측은 “팔 생각이 없다”며 미국 매입설을 일축했다. 그린란드 외무부는 16일 “미국과의 사업 교류는 환영하지만 그린란드를 팔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자리를 내려놓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전 총리는 트위터에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설은) 만우절 농담 같은 일”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 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그린란드 매입에 나섰다. 당시 매입가로 1억달러를 제안했지만 덴마크 정부가 거절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