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에 긴장하는 금융권…ELS 손실 '촉각'

입력 2019-08-15 18:16
수정 2019-08-16 01:48
금감원, 16일 '홍콩 대책회의'
"전반적인 충격 크지 않을 것"



[ 임현우/정소람/정지은 기자 ]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고 중국 군(軍) 투입설까지 돌면서 국내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위상이 흔들린다면 한국 금융시장도 직간접적인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과 홍콩법인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정국을 예측하긴 어려워 현지 상황을 면밀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은행·증권사 등 활발히 진출

금융감독원은 16일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홍콩 사태 관련 동향을 점검하는 내부 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영업 현황과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 국내 투자자들의 증권 투자액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특별한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커 현지 동향을 계속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홍콩에 3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에서 2억350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영업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각 11개, 자산운용사가 9개, 보험사가 2개다. 이들 점포의 자산 규모는 179억달러로, 국내 금융사 해외점포 총자산(1790억달러)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610억달러)과 중국(324억달러)에 이어 단일국가로 세 번째 규모다.

현지 사무소 관계자는 “시위 때 교통 혼잡에 대비해 일찍 문을 닫은 적은 있지만 아직 영업에 큰 지장은 없다”면서도 “업체마다 여유자금을 늘려 유동성 확보에 대비하고 자금유출입 통계 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H지수 ELS, 손실 가능성은

홍콩H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ELS의 손실 가능성도 관심사다. 홍콩H지수는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H주) 중 40개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국내에서 팔리는 지수형 ELS의 단골 기초자산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발행된 ELS(47조6585억원) 중 67%(32조1869억원)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넣었다.

이달 들어 홍콩H지수는 7개월 만에 10,000선이 붕괴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녹인(knock-in) 구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통상 ELS 발행시점 지수에서 40~50% 하락하면 녹인이 발생하고, 이 경우 만기까지 발행 당시 지수의 80%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난다.

홍콩 시장이 흔들리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번져 환율 변동, 국내 증시 동반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국내 시장이 받게 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판단하고 있다. 자금 조달, 기업금융(IB) 등 분야 역시 싱가포르가 대체시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지법인 관계자는 “중국 인민해방군 투입 등은 홍콩이 금융허브로서 ‘사망선고’를 받는 최악의 사태인 만큼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정소람/정지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