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위험사회'…民·官 리스크포럼 필요"

입력 2019-08-15 17:37
수정 2019-08-16 00:26
아·태보험학회 회장 당선된 장동한 건국대 교수

30개국, 100여명 회원 활동
지난달 말 투표로 회장 당선


[ 남정민 기자 ] “한국은 대표적인 ‘위험사회’인데도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울리히 벡이 ‘리스크 사회(위험사회)’를 화두로 던졌다면 그 답은 ‘리스크 관리 사회’가 돼야 합니다.”

지난달 30일 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APRIA) 회장에 당선된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60·사진)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오늘날 리스크는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 넓은 범위에 얽혀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절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스크 관리’란 건강 등 개인 차원을 넘어 금리·금융 시스템 등 경제문제, 재해 등 사회문제, 환경 및 기술문제를 폭넓게 ‘리스크(위험 혹은 재난)’로 정의하고 이를 예방, 관리하는 학문이다. APRIA는 1997년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리스크 관리 및 보험학자들의 모임이다. 30개국, 100여 명, 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폴란드 등 일부 유럽지역 학자들도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립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올해 23회 학술대회를 지난달 말 서울 건국대에서 열었다.

작년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을 맡기도 한 장 회장은 아·태보험학회의 ‘원년 멤버’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이사회에 몸담았다. 그는 “각계 인사들, 대중과 함께 ‘리스크 관리 포럼’을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가 소개하는 포럼이란 학계 인사뿐 아니라 여러 업계, 중앙 및 지방정부 담당자들을 한데 묶어 예상 리스크와 그 대책을 토론하고 정책 반영까지 하는 소통의 장이다. 장 회장은 “아·태지역, 글로벌 포럼으로까지 확대시켜 한국을 리스크 관리 모범국으로 만들고 싶다”며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을 모아 리스크 관리 보고서를 쓰는 것으로 임기 1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한·일 무역갈등도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일종의 ‘재난’이라고 했다. 그는 “강제징용은 어제, 오늘 터진 문제가 아니다”며 “역사, 경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가 커질 현안은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도 리스크 관리 전담 부서가 있어야 한다”며 “누가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비책을 마련할지에 대한 행정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도 리스크 관리 분야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그는 “나도 모르게 들었던 보험 덕에 큰 지출을 막았다”며 “문제를 예방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적인 학문에 흥미를 느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리스크 관리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원을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