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는 25억까지 치솟아
분양가 대비 10억 안팎 껑충
[ 양길성 기자 ]
서울 강남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개포동이 대한민국 최고 부촌 자리를 넘보고 있다. 재건축을 끝낸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일대가 신도시 수준으로 뒤바뀌면서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따른 새 아파트 선호 현상,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에 따른 강남 선호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2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웃돈 10억원
개포 집값 상승세는 신축 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2월 입주한 개포동 레미안블레스티지(개포2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 2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4월 20억4000만원에 거래된 뒤 한 달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현재 호가는 25억원까지 뛰었다. 전용 59㎡는 지난달 18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거래 없이 호가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아파트값은 배로 뛰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다음달 입주를 앞둔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84㎡ 입주권은 지난달 23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7월 14억원에 분양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분양한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8단지) 전용 84㎡도 2월 17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며 분양가(12억~14억원)보다 최고 5억원 상승했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매매 가능한 매물이 4~5개밖에 없어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개포택지개발지구에 속한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일원현대) 전용 84㎡는 지난달 20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집들이를 한 이 주택형이 2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1월 기록한 전 고점(17억3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상승했다. 2016년 6월 분양가(12억~13억원)와 비교하면 8억원가량 올랐다.
대치동 구축 아파트 뛰어넘어
개포동 신축 아파트값은 대치동 구축 아파트값을 뛰어넘었다. 입주 12년 차인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84㎡는 5월 1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개포 신축 아파트값보다 1억원 낮은 수준이다. 전세는 6월 11억원을 기록하며 개포 신축 단지들과 비슷한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축 프리미엄이 개포동 몸값을 올렸다고 분석한다. 신축 단지는 기존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커뮤니티시설과 조경을 자랑한다. 단지 내 수영장, 헬스장, 스카이라운지, 독서실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갖췄다.
개포동 내 재건축 사업이 모두 끝나면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입지 여건이 더 뛰어난 단지들이 속속 재건축에 나서고 있어서다. 개포주공1단지는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주를 사실상 끝낸 개포주공4단지는 연내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개포시영(개포래미안포레스트)은 2020년 9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 중이다. 개포경남·개포우성3차·개포현대1차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다. 개포주공5~7단지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신축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재건축·재개발이 중단되면서 신축 단지의 희소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입주를 끝낸 신축 단지나 분양권, 입주권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폐지 움직임도 집값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강북 자사고가 폐지되자 학부모들이 학군과 사교육 환경이 좋은 대치동과 주변 동네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개포동 거주자들은 차로 5분 이내에 대치동 학원가에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