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미국은 '독립된 중앙은행'이 필요하다

입력 2019-08-15 15:45
폴 볼커·앨런 그린스펀·벤 버냉키·재닛 옐런 < 전 미국 중앙은행 의장 >

단기적인 정치적 압력에 의해
중앙은행이 휘둘리지 않아야
경제가 가장 잘 돌아가


[ 서욱진/추덕영 기자 ] 우리는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들로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게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중앙은행이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려면 단기적인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특히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중앙은행 수장을 해임하거나 강등시키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40여 년간 나라를 위해 헌신하면서 일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총 6명의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재선됐다. 우리는 각자 Fed의 목표인 최대 고용률과 물가 안정으로 경제를 이끌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돌이켜보면 우리 선택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그런 결정들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미국 시민들의 장기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한 비당파적이고 비정치적인 판단이었다.

Fed의 비당파적 지위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의회는 Fed에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Fed가 고용을 극대화하고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부여한 것이다. Fed 의장과 FRB 지도자들은 의회 앞에서 (금리 운용 방안 등을) 설명하고, 정기적으로 대중 앞에서 연설하면서 경제에 대한 견해와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설명한다.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의회 의원, 금융시장 참여자, 전문가, 일부 시민은 Fed가 (금리 인하 등) 특정한 통화정책 결정을 내려 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은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그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Fed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Fed는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환영한다. 운용 가능한 통화정책의 틀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건 당연하다. 이 같은 의견 수렴 과정은 더 올바른 통화정책을 만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토론 과정은 직접적 개입이나 압력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역사는 중앙은행이 근시안적인 단기적·정치적 압력과 무관하게, 오로지 건전한 경제 원리와 자료에 의존할 때 가장 적절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은행의 올바른 결정이 경제를 가장 잘 돌아가게 한다는 사실도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과거에도 정치 지도자들이 선거 즈음에 중앙은행에 단기적인 활력을 주는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필요성이 아닌 정치적 목표에 기초한 통화정책은 장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물가 상승률과 성장 둔화를 포함한 ‘경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통화정책 결정에 정치적 동기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경제에 가장 이익이 되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또 그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더 나쁜 경제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당파적이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현명한 의회는 지역 참여와 정치적 조작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춘 독립기구인 Fed 조직을 만들었다. 의장, 부의장 등으로 구성된 의사결정기구 FRB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FRB 위원들은 14년 임기(의장 및 부의장 4년)가 보장된다.

또 Fed 인사들은 정치 지도자와의 정책적 견해 차이 때문이 아니라, 법률 위반이나 이와 비슷한 잘못된 행동에 의해서만 해임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와는 상관없이 Fed가 경제와 우리 모두에게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

모든 선거에는 결과가 있다. 공화당이 이기든, 민주당이 이기든 선거 결과는 확실히 다른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Fed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 Fed 의장의 4년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은 그를 다시 임명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선택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 지명은 상원에서 비준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정이 내려질 때, 그 선택은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충성도나 적극성이 아니라 후보자의 능력과 청렴성에 기초하기를 바란다. FRB가 소수 정치인의 이익이 아니라 최선의 국가 이익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보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원제=America Needs an Independent Fed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