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미샤·토니모리 2분기 흑자 전환…1세대 로드숍에 볕들까

입력 2019-08-15 07:47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로드숍 화장품 업계에서 1세대 브랜드 미샤, 토니모리가 선전했다. 두 기업 모두 올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토니모리는 2분기 영업이익이 13억원으로 직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흑자 전환했다고 14일 밝혔다. 당기순이익도 7억원의 흑자를 거둬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24% 늘어난 46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면세점에서 '골드 24K 스네일' 라인의 판매가 호조를 나타냈고, 모스키노 협업 제품의 중국 수출 흥행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로드숍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올 2분기 흑자를 냈다.

에이블씨엔씨는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8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1126억원으로 24.39%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로도 흑자 전환을 기록했다. 에이블씨엔씨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2분기 만이다. 매출은 3분기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개똥쑥 에센스', '데어루즈' 등 신제품들의 선전 덕이라고 에이블씨엔씨는 설명했다. 중국 등 해외 사업들도 분발했다고 자평했다.

신현철 에이블씨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는 "2분기 흑자전환 실적은 내수 시장 침체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반등의 단초가 마련된 만큼 3, 4 분기에는 진정한 성과를 내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흑자 기조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불경기 속 경쟁 심화와 헬스&뷰티(H&B) 스토어의 공세로 화장품 로드숍 시장의 부진이 여전하고, 2분기 실적 개선 요인의 지속성에 대해서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토니모리의 경우 실적 호조가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수출 채널 주요 제품인 모스키노 협업 제품 판매가 7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속으로 홈쇼핑 브랜드 '컨시크'와 왕훙(網紅)이 함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인 만큼, 하반기 해당 제품의 중국 판매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매장의 멀티브랜드숍 '눙크(nunc)' 전환과 브랜드 다변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실적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올 1분기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은 1위 자리를 일본에 뺏기고 3위로 내려앉았다.

한 화장품 담당 연구원은 "내수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결국 브랜드의 실적 회복 관건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성장세를 좌우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로드숍 화장품 선호도도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화장품 로드숍 매장이 줄어든 점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C&W)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명동·가로수길·청담·홍대·이태원 등 6대 상권 매장(1층 기준)에서 화장품 로드숍이 줄어들고 있다. 강남대로의 경우 작년 하반기만 해도 20개(18.4%)에 달했던 화장품 로드숍이 올 상반기 13개(14.6%)로 감소했다. 기존 점포수의 3분의 1 가량이 자취를 감춘 셈이다. 관광 1번지인 명동 메인로의 화장품 로드숍 수는 77개에서 73개로 줄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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