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으로 시력 회복...비전테라피 디지털기기 세계 최초 개발"

입력 2019-08-13 17:47
수정 2019-08-14 09:34
박성용 에덴룩스 대표
지난 5월 오투스 출시
근시 약시 노안 치료하는 디지털 비전테라피 기기
헤드마운트 형태로 사용하기 간편
입소문만으로 두달새 500대 판매
연내 미국 법인, 내년 유럽에 지사 세워 해외시장 공략
스마트폰 등으로 근시 노안 등 빠르게 늘어 시장 유망
2022년 코스닥 상장 검토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위협받고 있는 인류의 눈 건강을 개인에게 최적화된 디지털 시력 훈련 기기로 지키겠다.”

박성용 에덴룩스 대표(35)의 포부다. 시력 훈련으로 근시 등을 개선해주는 비전테라피 제품인 ‘오투스’를 지난 5월 출시했다. 미국 비전테라피 시장을 주도하는 버넬 등의 아날로그 제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가상현실(VR) 기기처럼 눈에 쓰고 있으면 자동으로 시력 상태를 측정해 맞춤형 훈련을 제공한다. 전문가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이용하기 어렵고 까다로웠던 비전테라피 기구를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해 사용하기 간편하도록 했다. 박 대표는 “안과 병의원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며 “디지털 비전테라피라는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했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 잃다

서울 영동고와 경상대 의대를 나온 박 대표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2011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경추 치료를 위해 맞은 근육이완제 부작용 때문이었다. 운전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안과병원에서 ‘조절마비’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방법이 없었다. 수정체를 둘러싼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눈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증상이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탓이었다.

박 대표는 이때부터 논문을 뒤져가며 연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눈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론을 알게 됐다. 눈 근육은 뇌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빛에 반응하는 조직이다. 전기자극이나 수축이완 자극을 해야 움직인다. 그러던 어느날 당직 근무를 하다가 우연히 비전테라피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 “안구검사를 하는 검안경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 시력이 확 좋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반대쪽 눈도 그랬죠. 그때부터 비전테라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게 꿈이었다. 의대 본과에 올라가서부터 차근차근 유학 준비를 했다. 방학 때마다 미국 하버드대병원에서 2개월씩 실습을 했다. 미국 병원 현장 경험을 미리 쌓아두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력이 나빠지면서 비전테라피 연구에 빠져들었다. 미국에서 비전테라피 도구를 들여와 혼자서 사용법을 익혔다. 다행히 6개월 가량 꾸준히 시력 회복 훈련을 한 덕분에 시력이 차츰 돌아왔다.

당시 경험은 박 대표의 인생 항로를 바꿔놨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미국 의사의 꿈을 과감히 접었다. 김해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도 틈틈이 비전테라피 연구를 계속했다. 결국 의사가 된지 꼭 7년만인 2016년 3월 회사를 세웠다.

비전테라피에 꽂히다

국내서는 비전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1980년대에 ‘눈 운동’ 바람이 반짝 불었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꾸준히 비전테라피가 관심을 끌었다. 근육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시력을 개선하는 비전테라피의 효과 때문이다.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올라있는 연구논문만 1만544건에 이른다.

비전테라피는 검안학에서 발전했다. 약물이나 수술 기법을 쓰는 안과학과 달리 눈 기능을 교정하는 일종의 재활치료다. 노안 약시 사시 근시 등을 교정해 시력을 좋게 하는 치료에 활용된다. 미국에는 검안사라는 전문가가 따로 있다. 안과의사는 약물이나 수술요법으로 눈 질환을 치료하고 검안사는 눈 검사를 하고 비전테라피 치료도 한다. 안경사는 검안사의 시력 검사 결과를 토대로 안경을 맞춰준다. 안경사가 눈 검사부터 안경까지 맞춰주는 국내와는 다르다.

비전테라피는 단점도 분명하다. 치료비가 비싸다. 검안사에게서 시력 훈련을 받는 비용이 시간당 140달러에 이른다. 주 1회 치료를 받는 경우 월 5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일반인이 검안사의 도움 없이 특수렌즈 등 시력 훈련 도구를 혼자 활용하기도 어렵다. 특수렌즈를 20~30분씩 번갈아보는 훈련도 웬만한 인내력이 없이는 쉽지 않다. 박 대표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비전테라피 도구를 사용하기 간편하면서 효과를 높게 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의학+IT+공학 융합으로 새 시장 개척

관건은 기존 비전테라피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느냐였다. 고심 끝에 누구나 집에서도 손쉽게 쓸 수 있고 가격 부담까지 낮춰야 많은 사람에게 보급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돌파구는 디지털에서 찾았다. 다양한 비전테라피 도구를 하나의 제품에 구현하기 위해 의학 지식과 정보기술(IT), 공학 기술을 총동원했다. 한국전기연구원 등과의 협업에도 적극 나섰다. 한국전기연구원과는 정밀 제어기술을 공동개발한 뒤 이를 이전받았다. 렌즈 설계는 국내 안경 광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이 회사는 개발에 뛰어든지 1년만에 첫 시제품을 내놨다. VR기기인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닮은 첨단 디지털 기기였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려다보니 부피가 작고 가볍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기기가 너무 작다보니 시야가 좁아져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품 디자인만 10차례 이상 바꿨다. 이 과정을 거쳐 오투스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박 대표는 “비전테라피 제품 중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첫 제품”이라고 했다.

오투스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시력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오투스를 착용한 뒤 스마트폰 앱을 구동시켜 블루투스로 연결되면 각종 센서를 통해 시력을 측정해준다. 10개의 특수렌즈를 통해 안과에서 시력 측정을 하는 수준의 정밀한 시력 검사가 이뤄진다. 측정된 시력 데이터는 본사 서버로 전송된 뒤 분석이 이뤄진다. 측정 결과값뿐 아니라 나이 직업 등도 고려대상이다. 박 대표는 “눈 초점반응속도는 컴퓨터 등 근거리 작업이 많은 IT직군 종사자가 다른 직군 보다 상당히 낮다”며 “똑같은 상황이라도 근력이 약한 IT직군 종사자는 훈련 강도를 천천히 조절하고 컴퓨터 작업이 많지 않은 직군은 처음부터 훈련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훈련한다”고 했다.

오투스가 제공하는 시력 회복 훈련은 세 종류다. 수정체 조절근을 강화해 노안과 어린이 근시에 치료 효과가 있는 조절력 훈련, 사시를 교정해주는 융합력 훈련, 약시를 치료해주는 억제력 훈련이다. 그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시력을 관리할 수 있는데다 다양한 안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하루 5분만 써도 시력 회복 효과”

오투스는 하루 5분만 사용해도 시력 회복 효과가 있다. TV를 보면서 또는 책이나 휴대폰을 보면서 시력 훈련을 하는 두가지 모드를 제공한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시력 훈련을 하면 효과가 더 좋다. 박 대표는 “게임은 집중도가 높아 게임을 하면서 시력 훈련을 하면 효과가 더 좋게 나온다”며 “게임을 하면 눈이 나빠진다는 인식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했다.

에덴룩스는 임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할 계획이다. 노안은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지난 6월부터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했다. 임상 결과는 연내에 나올 예정이다. 박 대표는 “3개월이면 수정체 조절력이 평균 0.5 디옵터 향상돼 돋보기 도수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0.5 디옵터 좋아졌다는 것은 30㎝ 이상 떨어뜨려야 보이던 것이 25㎝에서도 보인다는 의미다.

근시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연내 임상을 시작한다. 어린이 근시에 효과가 있는 드림렌즈와 비교 임상을 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드림렌즈는 1년에 1디옵터 정도 근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용이 불편하고 각막에 스크레치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없는 오투스의 장점을 비교 임상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사시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오투스는 무게가 365g으로 가벼워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두달만에 500대가 팔렸다. 오는 10월께에는 CJ오쇼핑 등 홈쇼핑을 통해서도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덴룩스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원이다. 내년에는 100억원, 2021년은 500억원이 목표다.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미국 국무부의 주최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스타트업 포럼인 ‘GES 2019’에 참가해 호평받았다. 전세계 2000여개 스타트업이 모인 이 행사에는 국내에선 에덴룩스 등 8곳이 참가했다.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9’에서도 한국관 참가기업 중 방문객 수 1위를 기록했다. 박 대표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며 “올해 안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지사를 설립하고 내년에는 유럽에도 지사를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시장 가능성 무궁무진”

전 세계에 시력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은 45억명에 이른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근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 근시유병율이 세계 1위다. 박 대표는 “전세계 근시 환자는 19억명으로 전체 인구의 30% 수준”이라며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47억명이 근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인류 시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고령화로 20억명 안팎인 노안 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류의 시력 악화는 에덴룩스에는 기회다. 그는 “눈 건강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관련 헬스케어 제품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시력 분야에서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에덴룩스는 조직문화도 수평적이다. 박 대표의 자리는 사무실 입구에 있고 좋은 자리는 팀장들이 쓴다. 휴가 쿠폰제라는 이색적인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초과근무 시간만큼 휴가를 쓸 수 있다. 박 대표는 “회사가 성장궤도에 오른 2022년께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