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렛 뎀 잇 머니'
다음달 20~21일 LG아트센터 무대에
[ 김희경 기자 ] 새하얀 소금이 촘촘히 깔린 무대 위에 검은 옷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배경은 2028년의 유럽. 등장 인물들은 유럽 역사상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오자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 유로존은 붕괴되고 난민은 대이동을 시작했다. 인공지능(AI)에 의해 노동력은 모조리 기계로 대체됐다. 조사는 이런 순간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 책임자들을 납치하며 시작된다. 치열한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날카롭고 섬뜩하게 울려퍼진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연극제작극장 ‘도이체스테아터’가 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를 통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초연된 이 연극이 다음달 20~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도이체스테아터는 1883년 베를린에서 설립됐다. 막스 라인하르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 등 저명한 연극예술가들이 거쳐간 독일 명문 극장이다. 매년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 80여 편을 무대에 올리며 연극의 담론을 꾸준히 확장시키고 있다. 내한 공연은 두 번째다. 2014년 LG아트센터에서 ‘도둑들’을 선보인 이후 5년 만이다.
‘렛 뎀 잇 머니’는 영화 ‘보이스’ ‘이프 낫 어스, 후’ 등을 연출한 안드레스 바이엘 감독이 대본을 썼고 연출도 맡았다. ‘연극이 그동안 수천 년, 수백 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를 통해 현실은 반추하면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질문과 함께 만들었다. 바이엘 감독은 “아무런 노력 없이 미래를 맞이한다면 매번 똑같은 벽을 향해 달려들며 역사를 반복하게 될 뿐”이라며 “이 작품 목표는 미래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가치를 충돌시켜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쓰기 전 2년여에 걸쳐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치열한 토론도 거쳤다. 도이체스테아터와 독일의 훔볼트 포럼이 공동으로 진행한 ‘Which Future’란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과학자, 예술가, 시민들이 2년 동안 조사와 심포지엄을 하며 다양한 미래 예측을 내놨다.
무대는 영상과 아크로바틱(공중 곡예)을 적극 활용해 미래 모습을 다룬다. 와이어에 매달린 철판이 바닥과 천장을 오간다. 스크린을 통해 인물들의 설전을 담은 라이브 방송이 방영되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댓글도 투사된다. 배우들은 천장에 매달리는 등 다양한 위치에서 아크로바틱을 선보인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닥칠 미래에 대한 예측과 준비에 동참해 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