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인터뷰 - 이진용 경희대 한방병원장
엑스레이·CT 등 양한방 협진
한방 장점 살려 환자 맞춤 치료
미세먼지·대상포진클리닉 구축
자가면역 난치질환 등도 진료
[ 이지현 기자 ]
“경희대 한방병원에서는 140여 명의 의료진이 매년 23만 명의 입원·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 발생 초기에 한방 집중치료를 하기 위해 교통사고 클리닉도 열었죠. 이곳을 통해 365일, 24시간 언제든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이진용 경희대 한방병원장(사진)은 “한방병원 안에 자가면역질환센터, 희귀질환센터, 외로움클리닉 등을 새로 열어 더 많은 환자가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한방 자문의 중 한 명인 이 병원장은 국내 소아청소년 질환 한방치료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한방요법을 활용해 길랑바레증후군, 모야모야병 등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대한한방소아과학회장, 대한한방알레르기 및 면역학회장 등을 지낸 그는 올해 2월 경희대 한방병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병원장은 “한방 치료를 활용하면 양약에 의존해 상태만 개선하는 것보다 근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를 통해 한방치료의 장점과 경희대 한방병원의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6개월이 지났다.
“병원장 취임 전 3년 정도 부원장으로 지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보다는 기존에 하던 것을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경희대 한방병원은 보건복지부가 허가한 전체 한방 진료과와 세부 진료과별 전문의가 모두 있는 국내 하나뿐인 한방병원이다. 환자 맞춤형 한방치료를 제공하고 치료 성적도 좋다. 국제 수준의 임상 인프라인 한약물연구소를 중심으로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임상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후마니타스 암병원을 통해 의학, 치의학, 한의학 융복합 통합진료에도 앞장서도 있다. 어려움도 있다.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면서 한 해 20억원 정도였던 선택진료비 수익이 사라졌다. 진찰료 인상 등으로 보전된 것은 10억원뿐이다. 국내에 경희대한방병원 같은 대형 한방병원이 많지 않다 보니 다소 어려움이 있다.”
▷환자들이 보험혜택도 거의 받지 못한다.
“실손보험 등의 혜택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한방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중풍환자 등이 대부분 요양병원으로만 간다. 교통사고 환자는 경희대한방병원이 중증환자만 치료한다는 편견 때문에 많이 찾지 않는다. 클리닉을 열게 된 이유다. 양한방 협진을 통해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기본검사부터 적외선체열검사, 한방검사 등을 진행한다. 한약, 뜸, 침, 약침, 추나치료 등을 모두 받을 수 있다.”
▷한방치료 효과가 좋은 다른 질환군도 있나.
“미세먼지클리닉, 대상포진클리닉도 한방병원에 잘 구축돼 있다. 대상포진은 초기에 바이러스를 잡지 못해 만성화된 환자에게 면역력을 높여주는 면역 관리 치료를 하면 완치까지 가는 환자도 많다. 자가면역 난치질환 20여 개 정도를 10명 넘는 교수가 함께 치료한다.”
▷자가면역질환도 한방으로 치료가 되나.
“한방에서는 인체를 전신 하나의 개념으로 본다. 세포 등이 모인 기관으로 보는 양방과 다르다. 기와 혈이라는 개념이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 돼지고기는 찬 성질이고 닭은 따뜻한 성질이다. 온도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개념이다. 속이 냉한 사람은 돼지고기를 먹으면 쉽게 설사한다.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면역이 살아날 수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면역을 잡아주고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팔이 들리는 증상으로 양방 재활의학과를 3년 넘게 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던 아이를 문진한 뒤 뇌 검사를 받아보도록 권유해 뇌종양 진단을 받기도 했다. 한방도 장점이 많은 치료분야다.”
▷소아성장진료도 많은데.
“어릴 때 건강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성장기에 영양 등이 채워지지 않으면 성장기가 끝난 뒤에도 회복되지 않는다. 면역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는 우유, 단백질 섭취 등을 강조한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눈 알레르기, 아토피 등을 동반한다. 건강상 약점을 보강하는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종종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홍삼을 먹이는 엄마들이 있는데 오히려 열 성분을 보충해줘 아이가 깊은 잠을 못 자게 된다. 성장을 하지 못하고 성격도 까다로워진다. 보약은 막아주는 성질이기 때문에 반드시 순환하는 약을 함께 써야 한다. 축농증, 야뇨증 등도 한방치료 효과가 좋다.”
▷앞으로 병원장으로서 할 일도 많겠다.
“경희대 한방병원에서는 그동안 환자가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한약제형을 개발했다. 출시된 한약물만 51종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 건강식품센터 등을 설치해 누구나 먹는 건강기능식품 등이 진짜 본인에게 맞는 것인지를 확인해주고 맞춤형 건강식품을 설계해주는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천수를 120세 정도로 보는데 이를 다 살기 위해 한방병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