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창당 1년6개월 만에 분당
정치권 파장
"대안 정치 세력 구축하겠다"
박지원·유성엽 등 10명 공식 탈당
평화당, 의원 4명 소수정당 전락
[ 김우섭/김소현 기자 ] 민주평화당 비(非)당권파 현역 의원 11명이 결국 탈당했다. 평화당은 작년 2월 국민의당에서 나와 창당한 지 1년6개월 만에 또다시 분당(分黨) 수순을 밟게 됐다. 이 여파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동맹’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국경제신문 조사 결과 탈당 의원 10명 가운데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의원은 단 한 명(천정배 의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6개월 만에 분당
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연대) 소속 유성엽·김종회·박지원·윤영일·이용주·장병완·장정숙·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 등 현역 의원 10명은 이날 탈당계를 냈다. 장정숙 의원은 평화당에서 활동했지만 바른미래당 당적이라서 탈당계가 아닌 당직사퇴서 제출로 동참했다. 유성엽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 구축을 위한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 원외 지역위원장 30여 명도 14일까지 동조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 지역위원장은 총 73명이다.
대안정치연대는 당분간 창당하지 않고 중도층을 위한 ‘제3지대 정치세력’ 결집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8개월 앞두고 정당 및 정치세력 간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시작된 것이다. 평화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유 의원은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 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호남 출신 바른미래당 당권파와의 연합 작업과 외부 인사 수혈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안정치연대에 합류하지 않은 채 독자 행동 중인 김경진 의원도 이날 탈당했다. 잔류파인 김광수 사무총장과 황주홍 의원도 탈당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당은 정동영 대표를 포함해 5명(당적 기준 4명)만 남은 소수정당으로 전락했다. 정의당보다 의석수가 적다. 정 대표는 이들의 탈당 선언 직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들에 대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일방독주이자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패스트트랙 과반 넘길까
평화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과 공조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도 난관에 봉착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통과는 큰 문제가 없다. 본회의 표결이 관건이다. 현재 의석은 민주당 128석, 한국당 110석, 바른미래당 28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우리공화당 2석, 민중당 1석, 무소속 8석이다. 본회의 통과에는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과 정의당 의석을 모두 더하더라도 15석 의석을 더 확보해야 한다. 명확한 찬성 입장을 보이는 정당은 민주당과 정의당밖에 없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론에 따라 패스트트랙 법안에 찬성했던 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더이상 당론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며 “패스트트랙 동맹의 분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탈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평화당 탈당 의원 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선거제 개편안에 찬성 의사를 보인 의원은 한 명에 그쳤다. 김경진·이용주·유성엽·윤영일 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였고, 장병완·장정숙·정인화 의원은 유보 입장을 나타냈다.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으론 지역구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고, 차라리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밝힌 천정배 의원은 “어렵게 첫발을 뗀 만큼 선거제 개편을 우선 해야 한다”며 “다만 지금 선거제 개혁안 그대로 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와 함께 대안정치연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국민의당 출신 호남계 의원들도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의원 활동 의원 23명 중 패스트트랙에 반대한 의원이 이미 11명인 점을 감안하면 범(汎)여권의 본회의 과반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