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만 신규 공급 '명맥'
분양가 규제해도 '현금부자' 유리
[ 민경진 기자 ]
“가점 커트라인은 높아지고 청약 기회는 줄면서 결과적으로 ‘내 집 마련’은 더 어렵게 됩니다.”
정부가 서울 및 경기 과천·분당 등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빈 땅이 부족한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거친 주택 공급이 신규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정부가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규제 적용 이전에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지의 공급 물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지면 무주택 서민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28개 단지의 평균 가점은 56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에서 최고 가점(84점)이 나왔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분양한 은평구 e편한세상 백련산 전용면적 84.72㎡의 최고 가점이 80점을 기록했다. 청약통장 납입 기간, 부양가족 수를 비롯한 여러 가점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선 청약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어렵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새 아파트 가격이 많이 싸지면서 청약통장을 아끼던 사람도 던지기에 나서게 된다”며 “비교적 가점이 낮은 사회 초년생 등에겐 주택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하라는 게 ‘희망고문’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장 분양을 앞둔 새 아파트가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주거지역에 몰린 것도 당첨 확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개포주공4단지, 서초구 신반포3차·반포경남, 반포주공1단지 등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일반 분양을 준비 중인 정비사업지가 분양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를 낮출지언정 새 아파트는 ‘현금부자’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토지 감정평가액이 높거나 이미 주변 단지에서 높은 분양가 시세가 형성된 강남권 정비사업지만 그나마 분양을 강행할 수 있어서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신규 공급이 강남권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면서 서울 내 예비 청약자는 고분양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강남권 전용 59㎡ 분양가가 10억원을 웃도는데 현금을 5억~6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만 청약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