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脫일본 전선 넓힌다…中 샤오미 손잡고 日 소니 견제

입력 2019-08-12 13:50
삼성, 모바일 이미지 센서 세계 첫 1억 화소 벽 깨
이미지 센서, 4차산업혁명 시대 핵심 부품 중 하나

세계 이미지 센서 시장, 日 소니 51% 점유 '1위'
이미지 센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전략 물자 포함

삼성전자, 中 샤오미 손 잡고 시장 확대 전략
"삼성 이미지센서 기술 일본 소니 대체 가능" 평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일본에 허를 찔린 삼성전자가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중국과 손을 잡고 일본 견제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12일 세계 최초로 '1억 화소'를 넘어선 모바일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1억800만 화소)를 이달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삼성전자가 공개한 6400만 제품보다 화소 수가 1.6배 늘어나 모바일 이미지 센서로는 최대 화소다.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 정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주는 장치로, 아날로그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뇌'의 역할을 한다면 이미지 센서는 '눈'의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삼성전자가 양산에 들어가는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는 1억개가 넘는 화소를 구현해 기존에 모바일 기기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이미지로 담아낸다.

HMX가 장착되면 사람의 눈(약 1억 화소)을 뛰어넘는 선명하고 고화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머신러닝·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진작부터 점찍어둔 분야다.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삼성전자의 핵심 제품이기도 하다.

예컨데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자동차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한 뒤 자동제어장치로 신호를 최대한 빠르게 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장애물을 인지해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미지 센서다.

삼성의 이번 제품 개발은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해 규제를 내린 시점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센서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수출 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1100여가지 전략물자 중 하나에 포함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이미지 센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7.8%를 기록해 일본 소니(51.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삼성이 이번 제품 개발 과정에서 초기부터 중국 샤오미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기술 협력을 한 뒤 샤오미 스마트폰에 삼성 이미지 센서를 심어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현재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소니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가 중국 샤오미와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시장 확대에 주력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샤오미는 지난 7일 스마트폰 '홍미' 시리즈에 삼성전자의 6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5위 업체인 중국 오포 역시 신흥국 시장에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같은 센서를 탑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린빈(林斌) 총재는 "프리미엄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작고 얇은 스마트폰에 최초로 적용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개발 초기부터 긴밀히 협력했다"고 말했다.

메모리 생산라인을 이미지 센서라인으로도 바꾸기 쉬운 만큼 글로벌 1위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이 없는 소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 센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산업용 특수 시장을 제외하면 품질 면에서 이미 삼성전자의 이미지 센서가 소니와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미지 센서가 제재 품목에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대체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