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따라 '갭 메우기'…노량진·강서·서대문 '옐로칩 아파트' 주목하라

입력 2019-08-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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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칩’과 ‘옐로칩’은 주식용어다. 블루칩은 시가총액이 크고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건전한 기업, 즉 대형 우량주를 말한다. 옐로칩은 블루칩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종목을 일컫는다. 나름대로 양호한 기반을 갖췄지만 블루칩보다 주가가 낮아 저평가주로 분류된다.

아파트에도 블루칩과 옐로칩이 있다. 가장 좋은 아파트가 블루칩이라면 그다음으로 좋은 아파트가 옐로칩이다. 블루칩 아파트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핵심업무지구(CBD)와의 근접성 △반경 500m 내 지하철역 등의 기준을 갖고 있다. 학군과 사교육 기반을 갖췄고 주변에 도시공원도 있다면 금상첨화다. 서울에선 강남·용산·양천구에, 지방에선 부산 해운대구·대구 수성구·광주 남구에 블루칩 아파트가 많다. 블루칩 아파트의 자산가치는 탁월하다. 가치만큼 비싸 현금 동원력이 크지 않다면 사기 어렵다.

옐로칩 아파트는 블루칩의 조건 중 1~2개가 빠진 단지다. 그래도 직장과의 근접성, 교통 편의 등 주거 여건이 좋은 경우가 많아 가성비를 따지는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좋다. 옐로칩 아파트는 주로 서울 마포·성동·동작·강서·서대문구에 있다. 서울 중심부까지 거리는 블루칩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학군과 거주 쾌적성에선 강남구에 다소 밀린다. 지방의 옐로칩은 부산 수영구와 연제구, 대구 중구 등 주로 구도심에 자리잡고 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옐로칩 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 단기간에 가격이 뛴 사례도 드물었다. 2000년대 초·중반 블루칩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때 옐로칩은 철저히 소외됐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전셋값이 오름세고,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면서 옐로칩 아파트 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우선 2010년 이후 대도시를 덮친 전세난을 눈여겨봐야 한다.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도 많아지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전·월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실수요자가 늘었다. 최근 강남·용산·양천구의 블루칩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옐로칩 아파트와의 가격 차이가 확대됐다. 옐로칩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는 ‘갭 메우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옐로칩 아파트 주변에는 재개발 대기 물량이 많다. 2016년 전후 서울 아현동 만리동 교남동 흑석동 등의 슬럼가가 재개발을 통해 좋은 주거지로 거듭난 사례가 있다. 향후 노량진·북아현·수색·장위뉴타운 등의 재개발이 완료되면 주변 지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학군보다 직장과의 거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정부 규제가 블루칩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옐로칩 아파트의 장래가 밝은 이유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