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거 좀 해주면 덧나냐."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A씨는 최근 1000여 장에 이르는 사진을 보정해달라는 친언니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속 좁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A씨의 언니는 최근 친구들이랑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일주일 간 여행을 하며 쌓인 사진만 1000장.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그는 문득 사진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생 A씨를 떠올렸고, 친구들은 입을 모아 "동생한테 보정을 해달라 하자"고 말했다. A씨의 언니는 바로 "포토샵 잘하니 내가 해달라고 하겠다"라고 답했다.
A씨는 자신의 허락없이 이런 말을 한 언니의 태도에 화가 났다. 더불어 100장도 아닌 1000장에 달하는 사진을 돈도 받지 않고, 시간과 체력을 들여 보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어떻게 무일푼으로 무리한 부탁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거절한 A씨. 돌아온 답변은 더욱 황당했다.
"얼마 주면 돼? 만 원이면 되나? 친구들이랑 걷어서 만 원 줄게."
웃으며 말하는 언니의 태도에 결국 A씨는 폭발했고, 자매는 언성을 높여가며 다퉜다. 그렇게 갈등의 골이 깊어진 채로 '포토샵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의 언니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모으고는 A씨에게 과자를 몇개 주며 재차 사진 보정을 요구했다. A씨는 잘 나온 사진을 골라서 부탁했으면 당연히 이를 들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비슷한 사진이 여러 장 겹치는 데에도 불구하고 언니와 친구들은 모든 사진을 얼굴부터 팔, 다리, 가슴까지 다 보정해주길 바랐다.
참다 못한 A씨는 언니와 친구들에게 "절대 못 해주니 다 가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들 무리에서 "그까짓 거 하나 못 해주냐. 생색낸다"라는 말이 나왔다. 심지어 언니는 A씨에게 직접 "진짜 속이 좁다. 동생 기 좀 살려주려고 했는데 뭐라도 된 것처럼 군다. 꼴보기 싫다"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A씨는 자신이 되려 속 좁은 사람이 되어 버린 상황이 어이 없었다. 전공자라는 이유로, 소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라 생각되는 부탁을 당연히 들어줘야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는 언니를 보니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호의를 베푸는 게 당연한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생각해서 본인들이라면 해줬으려나", "왜 노동력을 날로 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100장이어도 들어주지 말아야 할 부탁이다", "산업디자인과 전공한 나도 이런 부탁 정말 많이 받는다", "저렇게 뻔뻔한 부탁은 처음이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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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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