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 경제활동 기댄 양구 주민들 "2사단 해체 즉각 철회하라"

입력 2019-08-10 07:00
주말 왁자지껄



서울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 9일,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강원도 양구군 주민 800여명이 모여들었다.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2보병사단(이하2사단)해체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서다. 강원도 양구군 주민들로 이뤄진 ‘2사단 해체철회 범군민추진위원회’는 “군 감축은 생존권 박탈”이라며 2사단의 해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지역 경제 대부분 군부대의 소비 지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력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정부도 군부대 재편 및 감축 외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보니 지역주민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7000여명 장병 사라지면 양구 지역경제 타격“

이날 2사단 해체철회 범군민추진위원회는 “국방부가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2사단의 부대해체 및 재편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군부대 재편 및 병력 감축에 맞춰 휴전선 접경지역에 대한 재정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상건 범군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국방부가 2사단을 해체하면 7000명의 장병들이 사라져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양구가 사라지느냐 마느냐 하는 존립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2사단은 오는 11월을 기점으로 해체 및 재편에 들어간다. 2사단의 주둔지는 강원도 인제, 원통, 양구 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 중 다수는 2사단 장병들이 외출 시 먹고 마시는 지출에 경제활동을 기대고 있다. 육군 3군단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구 지역에 군이 기여하는 경제 효과는 군인 가족 생활비 290억원, 보통교부세 101억원 등 총 607억원에 달하는 것을 나타났다.

국방부는 2사단을 해체하고 사단 사령부와 육군 제2작전사령부 직할 공중강습 부대인 특공여단들을 묶어 신속대응사단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보병 병력 중심인 2사단 내 3개 연대를 없애거나 인근 21사단과 12사단으로 통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호 강원도의회 의원은 “군부대 재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어떠한 정보도 공유 받지 못해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며 “국방개혁을 하더라도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전했다.

◆군부대 소비 기여도 높은 다른 소도시도 ‘좌불안석’


군부대가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곳은 양구군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경기 포천시도 육군 제8기계화사단이 양주시에 있는 제26기계화사단 자리로 옮겨 통폐합하면서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 상공인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8사단이 이전하면서 포천시 일동면 지역 상가들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고양에 주둔한 제30기계화보병사단, 양평에 주둔한 제20기계화보병사단도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타격을 입었다.

상황이 이렇자 군부대 해체를 앞둔 지역 주민들도 연속적인 지역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강원 지역 내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삼척, 양양에서는 부대 이전과 해체,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철원 제6보병사단은 경기도로 이동하고 화천 제27보병사단과 삼척 제23보병사단은 해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양구군을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국방부의 결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올 2월 위수지역이 폐지되면서 군 장병들의 외출 범위 제한도 사라져 경제활동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군 감축까지 이어지면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게 지역 주민의 주장이다.

한편 일부 시민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같은 지역주민들의 주장이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위수지역 제도를 방패삼아 군 장병들에게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물려온 비양심 지역 업주들도 일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주민들은 군 장병을 상대로 폭행도 저질렀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2월 화천의 한 모텔 주인이 난방을 요구하는 군인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군 장병들을 푸대접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상생을 요구하냐” “군이 이들의 생계를 위해 존재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