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설계자' 조국 "서해맹산 정신으로 소명 완수하겠다"

입력 2019-08-09 17:39
수정 2019-08-10 01:32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靑 민정수석서 법무부 장관 직행
인사청문회 '칼 가는' 야당



[ 임도원/안대규/이인혁 기자 ]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소명을 완수하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9일 청와대 발표 후 공식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서해맹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지은 한시 ‘진중음(陣中吟)’에서 따온 말이다. “바다에 서약하니 어룡이 꿈틀거리고 산에 다짐하니 초목이 알아듣네”라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수차례 거론했던 이순신 장군을 후보자 소감에 인용하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사법 개혁 고삐 바짝 죌 듯

조 후보자는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 3기 내각을 짜는 이번 개각에서 최대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리틀 문재인’으로 불릴 만큼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데다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는 ‘회전문 인사’의 대표 사례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에 ‘친문’ 인사로만 구성된 ‘사정라인 삼각편대’가 구성되는 것도 논란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조 후보자 지명 배경에 대해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기획조정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6월부터 언론을 통해 법무부 장관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청와대가 언론 보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은 기정사실화됐다. 야권에서 ‘회전문 인사’, ‘친문 사정라인 삼각편대’ 등 비판이 거셌지만 문 대통령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를 강행한 것은 핵심 공약인 공수처 설치 등 사법 개혁에 한층 고삐를 죄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후보자 자체가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공수처 등을 구상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집권 후반기에 검찰을 확실히 장악해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문 대통령이 공수처로 하여금 검찰·법원을 견제하게 해서 집권 후반기 들어 대통령이나 주변의 위법행위에 가차없이 칼을 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 “협치 포기, 몽니 인사”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을 추진한 조 전 수석을 임명하는 것은 검찰 장악에 이어서 ‘청와대 검찰’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야당 무시를 넘어서 야당과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시끄러웠던 조 전 수석을 끝내 법무부 장관에 앉힌 것은 한마디로 협치 포기, 몽니 인사”라고 말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조 후보자의 민정수석 시절 부실했던 인사 검증, 재산형성 과정, 논문, 부적절한 언행 등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가 페이스북에서 일본 경제보복 등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거침없이 밝힌 만큼 정치적 성향과 관련한 공방도 치열할 전망이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도 향후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를 놓고 이에 반대하는 검찰 조직과 강한 대립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 등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대학교수 시절 다수의 저서에서 검찰을 군사독재 시절 ‘하나회’에 비유하거나 민주사회에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 등으로 표현한 바 있다.

△1965년생 △부산 혜광고·서울대 공법학과 졸업 △서울대 법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로스쿨 법학 석사·박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임도원/안대규/이인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