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대형마트들이 줄줄이 적자를 냈다. 소비경기 부진과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공세 속 오프라인 점포 매출이 감소한 결과다. 정부 세제개편 등의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난 점도 실적 발목을 잡았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는 창사 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고 9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2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당기순이익도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4조5810억원으로 14.8% 늘었다.
이마트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신세계로부터 법인이 분리된 후 처음이다.
2분기 영업적자 규모(299억원)는 금융투자업계의 예상 적자 규모를 웃도는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에서 47억∼105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점쳤으나 전 증권사 영업이익 평균치(컨센서스)는 185억원으로 형성돼 있었다.
이마트는 "매년 2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라며 "2분기에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101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23억원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전국 142개 점포 중 다수가 임차가 아닌 자체 소유 부동산이다. 이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이마트의 주력 사업인 할인점(대형마트) 부문 영업손실은 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 속 기존점포의 매출이 4.6% 감소했다. 이에 이마트는 올 하반기 기존점포 9곳 리뉴얼 등을 진행해 오프라인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사업은 영업이익 143억원을 거둬 이익 감소 폭을 줄였다.
전문점 사업의 경우 1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를 제외한 기타 전문점의 적자가 확대된 점이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억원, 2억원 증가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마트는 전문점 효율화 작업에 착수, 7월 '부츠'와 '삐에로쇼핑' 등 점포 21곳을 폐점했다고 설명했다.
연결 자회사는 총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영업손실이 113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편의점 이마트24와 조선호텔도은 각각 64억원,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푸드(72억원)·에브리데이(45억원)·프라퍼티(24억원)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의 대형마트인 롯데마트 역시 영업손실 기조를 면치 못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분기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세와 지급 수수료 등 판매관리비 증가로 2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지난해 2분기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59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다. 기존 점포의 매출 신장률은 3.6% 역성장했다. 기존점포의 매출 부진과 판매관리비 증가 등으로 인해 영업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실적 개선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 수익 개선과 상품 경쟁력 강화, 비효율 매장의 온라인 물류 거점 전환, 일부 이익 부진 점포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속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가격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가 단기에 실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가 경기 둔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고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족 구성원 변화에 따라 대형마트 채널에 대한 방문객수 감소와 소비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온라인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새벽배송' 등 전략적 선택에 따라 고정비와 마케팅비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마진율 감소도 우려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할인점은 새벽배송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식품에 이어 식품의 시장점유율까지 크게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변화들은 여전히 구조적이고 현재진행형이며, 업체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레벨을 하락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정민/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