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패션사업 돌파구
고가 예물 수요는 줄어들지만
중저가 시장은 해마다 성장
1020 겨냥 브랜드 잇단 출시
[ 민지혜 기자 ]
패션업체들이 주얼리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세정은 지난 6월 말 주얼리 브랜드 ‘일리앤(12&)’을 처음 선보였다. 여성복 조이너스 등의 브랜드를 두고 있는 인디에프는 그에 앞서 패션주얼리 ‘모스바니’ 판매를 시작했다. LF는 주얼리 브랜드 ‘이에르로르’를 인수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혼 예물 수요는 줄었지만 젊은 층의 중저가 주얼리 수요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고 사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쏟아지는 주얼리 브랜드
중저가 주얼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실적이다. 1990년부터 ‘로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2005년엔 ‘클루’, 2006년 ‘오에스티(OST)’, 2015년 ‘라템’ 등 주얼리 브랜드만 4개를 운영 중이다. 로이드는 지난해 1100억원대 매출을 올린 메가브랜드로 성장했다. 오에스티는 360억원, 클루 300억원, 라템은 40억원의 연매출을 냈다. 클루와 오에스티는 실버 위주의 주얼리로 주요 제품 판매가가 2만원대다. 10대도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이다. 라템은 이보다 싼 1만원대로 책정해 젊은 층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시작했다. 로이드는 올해 3월 중국 타오바오몰 역직구관에 입점했다. 입점 당시 주얼리 부문 랭킹 2300위였지만 현재 70위까지 올랐다. 매달 3억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한 덕분이다. 올해 중국에서만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하반기엔 다른 3개 브랜드도 순차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젊은이들은 옷에 맞춰 주얼리도 트렌디한 제품을 착용하고 싶어 한다”며 “유행하는 디자인, 낮은 가격대의 주얼리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수요 잡아라”
주얼리에 공을 들이는 대표적 패션 기업은 세정이다. 인디언 NII 등 패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세정은 2013년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를 내놨다. 30대 직장인 여성을 겨냥한 고급 주얼리로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한다. 전지현, 수지, 이나영 등 유명 여배우를 모델로 발탁해 고급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적으로 돌아왔다. 매출이 2015년 350억원에서 2017년 430억원, 지난해 460억원으로 뛰었다. 명품 주얼리를 선호하던 여성들이 점점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으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디디에두보의 주요 가격대는 30만원대.
세정의 2세 경영인 박이라 사장은 일리앤 사업을 직접 지휘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주얼리, 합리적 가격대의 주얼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리앤은 14K, 10K 등 금 함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춘 상품을 선보였다. 밀레니얼세대가 선호하는 배우 차정원, 신예은을 모델로 발탁했다.
LF가 이에르로르를 인수한 것도 빠르게 주얼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르로르는 16K 남성용 실반지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하고 있다.
주얼리 전문업체도 올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03년부터 주얼리 사업을 해온 제이에스티나는 올해 브랜드 콘셉트와 로고, 제품 디자인 등을 싹 바꿨다. 1020세대를 잡지 못하면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주얼리만으로 연매출 1000억원대 메가브랜드에 이름을 올리는 게 제이에스티나의 목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