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었는데 씀씀이 커져…재정적자 사상 최대

입력 2019-08-07 17:44
수정 2019-08-08 01:18
상반기 국세수입 156조2000억
지난해보다 1조원 덜 걷혀
경기침체에 유류세 인하 등 영향



[ 서민준 기자 ] 올해 상반기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랏돈 씀씀이는 크게 늘어 재정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정부는 연말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세수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를 보면 올해 6월까지 국세 수입은 156조2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원 줄었다. 국세 수입이 통상 전년보다 늘어나고 2015년 이후엔 매년 20조~30조원 증가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올해는 경기 침체와 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이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세수 주는데 나랏돈 씀씀이는 커져

부가가치세 수입은 34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기재부는 지방소비세율이 11%에서 15%로 오르면서 중앙정부로 들어오는 부가세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소비 증가세 둔화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1.0%, 2.1%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각각 5.9%, 6.1%였다.

1~6월 교통세 수입은 전년 상반기보다 9000억원 적은 6조9000억원이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영향이 컸다. 소득세는 44조5000억원으로 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로 가계 소득 여건이 나빠진 데다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양도소득세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라는 지적이다.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6월까지 법인세수는 4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2000억원 늘었다.

나랏돈 씀씀이는 커졌다. 올 6월까지 재정 총지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7조2000억원 늘어난 28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상반기에 돈을 집중적으로 풀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통합재정수지 적자, 역대 최대

세수는 감소하는데 지출은 늘어나니 재정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월 말 기준 38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지난해 상반기엔 적자가 3조5000억원에 그쳤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6월에도 25조8000억원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재정 조기 집행 때문에 적자가 크지만 하반기에 재정 지출 규모가 줄어들어 연말로 갈수록 적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했을 때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세수다. 하반기에 재정 지출이 줄더라도 세수가 부진하면 재정수지가 개선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있어 하반기에도 세수가 확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달 예정된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이 우려된다. 기업들은 중간예납 때 올 상반기 영업이익을 토대로 법인세를 낸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125개 주요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44조870억원으로 작년보다 36.9% 줄었다. 하반기엔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영향으로 부가세, 소득세 등 다른 세수 여건도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