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내공' 쌓은 신티에스…국내 자전거복 평정

입력 2019-08-06 18:15
수정 2019-08-07 02:34
신금식 신티에스 대표

거래처와 약속 반드시 지켜
베트남 공장 화재 딛고 회생


[ 심성미 기자 ] 아웃도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신티에스의 신금식 대표(사진)는 2008년 8월을 잊지 못한다. 베트남 생산 공장이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창업한 지 4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의류와 자재, 공장 설비까지 600만달러(약 70억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 성수기 가을·겨울옷 출하를 앞둔 시점이었다.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 상황이었다. 다행히 바이어들은 “납기를 연장해줄 테니 옷을 다시 만들어오라”고 했다. 자재업체들은 대금 납부를 1년 유예해주겠다고 했다. 신 대표는 화재가 난 공터에 텐트를 치고 미싱 기계를 넣었다. 그곳에서 옷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기한 내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신 대표는 “시장에서 쌓은 신뢰가 위기에서 빛을 발한 셈”이라며 “이후 12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약속을 지키는 회사’라는 신뢰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가 모두 고객”

신티에스는 다이네즈, 알파인스타, 다이나핏, 잭울프스킨 등 세계적인 아웃도어·모터사이클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의류 OEM 전문업체다. 특이한 점은 OEM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국내 아웃도어 시장 불황에도 지난해 전년 대비 2%가량 늘어난 1218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단기간에 안정적인 OEM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신 대표는 “모든 건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처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선 경쟁자보다 차별화한 약속을 제안하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며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OEM업계의 신뢰는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웃도어나 모터사이클 의류의 핵심은 ‘기능성’이다. 신 대표는 “수십 년간 쌓아온 기능성 의류에 대한 이해와 기술 노하우, 자재 관리 능력이 모두 갖춰져야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브랜드로 자전거복 시장 ‘석권’

신 대표는 2011년 전문 자전거복 브랜드 NSR을 내놨다. 봄, 가을 비수기만 돌아오면 뚝 떨어지는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며 “국내는 시장 형성기였지만 자전거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을 보면서 ‘이건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NSR은 출시하자마자 금세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신 대표는 “가격은 수입 브랜드의 70% 수준이지만 품질은 그 이상인 제품을 내놔 프리미엄 시장 수요자를 집중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 브랜드는 할 수 없었던 한국인의 체형에 알맞은 사이즈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광고를 하는 대신 행주산성 등 자전거족(族)이 많이 달리는 길목에 대리점을 냈다. 제품은 금방 입소문을 탔다. 신 대표는 “NSR 재구매율이 80% 이상”이라며 “최근 경기가 침체된 데다 미세먼지 공습으로 경쟁 업체들이 문을 닫았지만 NSR 매출은 선방 중”이라고 말했다.

신티에스는 2014년 에티오피아에 공장을 세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 대표는 “싼 인건비를 찾아다녀야만 하는 봉제업계에선 중국, 동남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가 마지노선”이라며 “국내 봉제업계 중 최초로 아프리카에 공장을 세워 4000명을 고용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아고아(AGOA) 협정’ 덕분에 에티오피아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은 무관세”라며 “이곳에서 5년 내 약 2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