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한국 관광산업
한한령 와중에 일본발 대형 악재
환율까지 치솟아 수익성 나빠져
여행·항공업계 눈덩이 피해 우려
[ 최병일/이선우 기자 ]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에 연 10조원(지난해 기준, 업계 추산) 규모의 ‘한·일 관광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관광 및 수산물 안전조치 강화’를 언급한 데 이어 일본 정부가 4일 ‘한국여행 주의보’를 내리면서 여행·항공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도 5일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민들에게 ‘일본 내 혐한 집회·시위 장소 방문을 자제하고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안전문자 발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일 관광산업 암흑기 오나
여행·항공업계는 이미 한·일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4일 내려진 일본 정부의 1차 경제보복 조치 때부터다. 일본 여행상품의 예약 취소 증가와 신규 상품 판매 급감으로 방일(訪日) 여행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한 달 동안 일본 여행상품 신규 판매가 전년 대비 20~3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며 “제2차 경제보복으로 인해 개점휴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일본 노선 항공여객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지난달 16~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에 다녀온 승객은 46만7249명으로 휴가 시즌을 앞둔 한 달 전 같은 기간(53만9660명)에 비해 7만2411명(13.4%) 줄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월평균 25%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며 190만 명을 넘어선 방한 일본인 관광객도 감소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2017년 대비 28% 늘어난 294만8527명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는 9~10월 출발하는 한국 여행상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4일 일본 외무성이 자국민에게 한국여행 주의보를 내리면서 일본인의 방한 여행 수요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상석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한·일 양국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하고 반일·반한 감정이 격화하면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때 20% 이상 방한 수요가 급감했던 것보다 감소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 대체상품 마땅치 않아
문제는 여행·항공업계가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당장 급감하고 있는 일본 여행상품을 대체할 대안상품이 마땅치 않아 속을 태우고 있다. 여기에 엔화와 달러, 유로 등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수익성 악화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일본 대체시장으로 중국과 대만,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유럽, 미주 지역의 상품 구성과 홍보·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이 전체 여행상품과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일본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1~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근거리 여행지인 일본은 여행 목적과 연령대, 일정 등에서 다른 곳과는 결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일본여행 급감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여행·항공업계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종합여행사 관계자는 “관련 업계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간담회와 피해조사, 긴급 융자 등 지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이선우 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