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뀌고 덩치 키운 한화증권…ELS 아픔 딛고 우량사로 새 출발

입력 2019-08-05 16:21
사옥 처분·대규모 유상증자
뼈 깎는 재무개선 노력 결실
3년 만에 신용등급 A+ 회복


[ 이태호 기자 ] 한화투자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관련 대규모 손실을 냈던 2016년 이후 3년 만에 신용등급을 회복했다. 사옥을 처분하고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등 재무체력 회복에 꾸준히 힘쓴 결과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조정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투자은행(IB) 부문 위주로 영업경쟁력을 회복하고 있고, 유상증자에 힘입어 자본 완충력을 강화했다”고 상향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은 2016년 상반기 ‘A’로 한 단계 떨어졌다. 고객에게 판매한 ELS 관련 위험을 자체 헤지(회피)하는 데 실패하면서 2015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손실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업손실 규모는 2015년 166억원에서 이듬해 1923억원으로 불어났다. 금리 반등에 따른 채권투자 손실 악재까지 겹쳤다.

갑작스러운 신인도 하락에 한화투자증권은 사옥까지 처분해야 했다. 2016년 5월 서울 여의도 사옥을 한화손해보험에 매각(1327억원)했다. 주주에게도 손을 벌렸다. 2016년 9월 2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해 악화한 재무비율을 개선해 실적이 빠르게 좋아졌다. 2017년 영업이익은 655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작년엔 972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 늘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봄부터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 관련 채권 부도 사태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채권 투자자는 한화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1130억원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신인도 개선이 늦어져선 안 된다는 판단에 이번에는 한화자산운용이 나섰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1000억원을 공급하며 19.6%의 지분을 확보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증자 후 지분율 12.5%)보다 더 많은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증자대금 납입 직후 일제히 등급을 상향했다. 유상증자 효과와 관련해선 “위험 및 부실에 대한 자본완충력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