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이대리] 구내식당 맛집서 '한 끼'…돈 아끼고 건강 챙기고 '일석이조'

입력 2019-08-05 14:34
수정 2019-08-05 15:03
천정부지 치솟는 외식비
점심값을 아끼기 위한 직장인의 각양각색 노하우


6110원. 잡코리아가 조사해 발표한 올해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다.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는다면 한끼 지출은 평균 7163원으로 뛴다. 점심 물가가 치솟으면서 ‘만 원이 넘는 냉면’, ‘5000원짜리 김밥’은 익숙해졌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의 대표적인 8개 외식 메뉴 중 6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갑이 가벼운 직장인에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김과장이대리가 점심값을 줄이는 데는 다양한 전략이 활용된다. 도시락을 싸는가 하면, 직장 동료들과 가성비 맛집을 공유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거나 부족한 잠을 자는 등 건강도 챙기면서 밥값도 아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직장인도 있다. 구내식당은 식비 절감의 좋은 대안이 되기도 한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한 직장인들의 각양각색 노하우를 들어봤다.

○도시락 싸오고 편의점서 때우고

식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식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외식 물가가 뛰면서 서울 주요 도심에서는 웬만한 메뉴에 1만원 이상 지출해야 한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씨(32)는 출근길 반찬통을 들고 나간다. 밥은 며칠치를 통에 얼려 월요일 출근 때 회사 냉동고에 넣어둔다. 점심시간이 되면 전자레인지에 언 밥을 돌리고 싸 온 반찬과 함께 식사를 한다. 박씨는 “회사에서 매달 식사비로 10만원을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먹는 음식이 딱히 좋은 재료를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합심해 점심을 현명하게 해결하기도 한다. 한 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는 정 사원(30)은 3개월 전부터 팀원들과 함께 콩자반, 멸치볶음, 젓갈 등 밑반찬을 ‘공구(공동구매)’해오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이번엔 어떤 반찬을 공구할지 논의한다. 그는 “종종 어떤 반찬을 먹을지 의견이 분분해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집밥 정도는 아니지만 편의점 도시락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구 사원(32)은 “매주 수요일을 편의점 도시락 먹는 날로 정했다”며 “요즘 편의점 도시락은 반찬 가지수도 많고 신선도 관리도 철저해 직장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점심 대신 건강 ‘일석이조’

건강을 중시하는 직장인에게 한시간 남짓의 점심시간은 주옥과 같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황 대리(31)는 점심시간에 식당 대신 헬스장으로 향한다. 한 끼에 8000원이 넘는 점심을 사먹는 대신 회사 근처 헬스장을 1년 등록했다. 식사는 우유에 섞은 단백질 보충제로 대체한다. 황 대리는 “헬스장 등록비와 단백질 보충제 값 등을 합쳐도 점심값보다 싸다는 계산이 나오더라”며 “건강도 챙기고 돈도 아끼니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는 매일 샐러드로 된 도시락을 싼다. 일명 다이어트 도시락이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은 나트륨이 많고 칼로리도 높기 때문이다. 샐러드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뒤에는 회사 근처 헬스클럽에서 30분 런닝을 한다. 그는 “상사가 같이 식사하기를 은근히 원하는 것 같다”면서도 “건강을 위해 눈치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부족한 잠을 채우는 데 쓰기도 한다. 건설업체에 다니는 윤 대리(31)는 점심시간에 회사 휴게실로 향한다. 낮잠을 가지 위해서다. 점심 식사는 하지 않는다. 두 달전부터 공복시간을 길게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을 시작해서다. 점심을 거르는 대신 저녁은 충분히 먹어도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윤 대리는 “처음에는 점심시간에 허기가 졌지만 이제 익숙해졌다”며 “낮잠을 자면 오후 업무 능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구내식당은 최고의 복지?

구내식당은 관공서나 대기업 등을 다니는 직장인이 누리는 최고의 복지 중 하나다. 전문 영양사가 식단을 짜기 때문에 영양도 잘 갖춰져 있을 뿐더러 값도 5000원 내외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이 없는 기업에 다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웃 회사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서울 용산의 출판회사에 다니는 박 사원은 일주일에 한 두번 용산경찰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일반인용 식권 가격은 4000원이다. 처음에는 ‘남의 회사 식당’에 들어간다는 게 민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처음에는 경찰서 구내식당에 들어간다는 게 망설여졌지만 이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상사를 만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과의 구내식당 탐방은 또 하나의 재미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 과장은 동료들과 회사 근처에 있는 구내식당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고 평가를 내린다. 가격과 맛, 근접성, 청결 상태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른 동료들과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후기를 공유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내식당 맛집 리스트’는 사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박 과장은 설명했다.

도심에서 먼 곳에 직장이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애초에 구내식당 외 선택지가 없다. 경기 파주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 대리의 직장은 아침, 점심이 공짜로 나온다. 문제는 맛이다. 대량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튀김은 눅눅하고 메뉴도 한정적이다. 외식을 하려면 차를 타고 20분, 배달은 언감생심이다. 유 대리는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직장생활의 재미가 사라진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