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차부품 납품담합 적발
92억원 부과…2곳은 檢 고발도
[ 이태훈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10년 넘게 담합 행위를 지속한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 네 곳을 적발해 총 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일본 기업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이 같은 담합을 벌인 사실이 2010년 드러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미쓰비시일렉트릭(미쓰비시전기)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스(히타치) 덴소 다이아몬드전기 등을 담합 행위로 적발했다고 4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하고 가장 큰 이득을 본 미쓰비시전기에 80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히타치와 덴소에는 각각 4억1500만원, 4억2900만원을 부과했다. 다이아몬드전기에는 2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 일본 업체는 2004년부터 2014년 말까지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한국 자동차 업체에 얼터네이터(자동차 내 발전기)와 점화코일(자동차 배터리 변압기) 등을 판매하면서 특정 업체를 서로 밀어주는 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예를 들어 미쓰비시전기는 2007년 현대차의 그랜저HG와 기아차의 K7 VG에 쓰일 얼터네이터 입찰에서 덴소가 낙찰받도록 도왔다. 다이아몬드전기와 미쓰비시전기는 2011년 덴소가 한국GM ‘말리부’에 들어가는 엔진용 점화코일을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미쓰비시 히타치 덴소 등 3개사는 한국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일부 부품 견적 가격을 협의하는 등의 담합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2010년 비슷한 내용의 담합 행위로 미국 EU 캐나다 당국으로부터 벌금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4년부터 이들 회사에 대한 담합 조사에 나서 최근 제재 의결을 마치고 지난달 15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와 관련해 양국이 협상 중인 점을 고려해 발표를 미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결정한 만큼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어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