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학업이나 은퇴 준비 등을 이유로 주당 근로시간을 15~30시간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이 법제화됐다.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용평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현재 임신한 직장 여성만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육아 및 질병, 사고, 가족 돌봄, 학업, 55세 이상의 은퇴 준비 등의 사유에까지 확대했다. 가뜩이나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추가 학업과 은퇴 준비를 이유로 다수의 직원이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하게 되면 심각한 인력 부족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대목이다.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할 내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모자라 위반 시 사업주를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경영자나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사례는 그렇지 않아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로시간 규정을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 시엔 3년 이하 징역이 부과된다. 화학물질관리법은 5년 이하 징역,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망사고 발생 시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민사로 다루는 분쟁을 형사처벌로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인 유죄추정주의’를 전제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형벌 만능주의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하기 어려운 판국에 아예 ‘교도소 공화국’을 만들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