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선 넘은 도발'에…"우리도 백색국가서 日 제외"

입력 2019-08-02 17:43
수정 2019-08-03 00:57
화이트리스트 韓제외 강행…긴급 국무회의서 '맞불'

문 대통령 "日, 세계경제에 민폐…단호한 상응조치"
韓·日 벼랑 끝 '경제 전면전' 돌입…기업들 초비상


[ 박재원/김동욱 기자 ]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하는 추가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맞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100조원 이상의 교역을 하는 양국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경제전쟁’에 돌입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며 “일본의 부당한 보복 조치에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일전 의지를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7일 나루히토 일왕이 공포하고 28일부터 시행한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이 조치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1000여 개 품목의 수출 절차가 개별허가제로 전환된다.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허가 개별심사를 받게 된다. 한국 기업들의 핵심 품목 조달이 까다로워지면서 생산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관리제도 운영을 재검토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27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지정해왔다. 한국은 여기서 빠지는 첫 사례가 됐다.

우리 정부는 강력 반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도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관광, 식품, 폐기물 등의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이에 앞서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를 강력 비난했다. 이례적으로 생중계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에 이기적 민폐행위’ ‘인류 보편적 가치 위반’ 등 전례 없이 강경한 표현도 동원했다. 이어 “결코 바라지 않던 일이지만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