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붕괴
외국인 지난달 2兆 사들일 때
기관·개인 1.8兆 매도 '정반대'
[ 최만수/김기만 기자 ]
코스피지수가 2일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 밑으로 떨어지자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북한의 도발 등 대외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어디가 바닥인지 가늠조차 안 된다”는 비관론이 팽배하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지친 국내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해외 또는 안전자산으로 피난하고 있다.
공포에 질린 개인투자자
코스피지수는 이날 1998.13에 마감하며 지난 1월 3일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1.05% 하락한 615.70에 마감했다. 대외 악재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가 3267억원어치를 순매도(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합산)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이 353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국내 증시의 한 축인 개인투자자는 470억원어치를 팔았다.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공포에 질려 ‘손절매’한 투자자가 더 많았다.
이날 증시 하락은 대외 악재가 잇따라 터진 탓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우려는 증시에 충분히 반영돼 있던 상황”이라며 “오늘 증시 하락은 한동안 잠잠하던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한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시행되는 이달 말부터 실제 일본의 움직임이 나타나면 증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 0.8배까지 추락했다. 2011년 9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1.1배),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1.0배), 2015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0.9배) 등 과거 증시가 급락했던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포가 투매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역사적 저점에 도달한 만큼 코스피지수가 추가로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 문제까지 악화하면서 증시가 반등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무역갈등 해소와 같은 대외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증시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CLSA “정부 정책 불신에 기인한 폭락”
한국 증시의 ‘나홀로 침체’는 깊어졌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코스피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2.10%로 하락했다. 연초 이후 미국 S&P500지수가 17.8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4.99%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친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7월 이후 6.22% 급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1조74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내 개인이 1조2272억원, 기관이 395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 주식시장이나 금·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CLSA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 폭락은 국내 투자자의 극심한 비관론 때문”이라며 “정부의 반자본주의 정책과 불안한 외교정책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국 시장이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만수/김기만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