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파이익이 국익과 따로 노는 정치'는 안 된다

입력 2019-08-01 17:50
'한·일 갈등, 총선에 유리' 민주硏 보고서 여당 속마음인가
'수출규제' 대응 민·관·정 협의회에 일본通 전경련 또 배제
안보·경제 복합위기에도 '편 가르기'…정략 계산 정말 없나


안보와 경제에 걸쳐 대한민국이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라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예고된 대로 오늘 발동될 경우 우리 경제가 입을 타격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여덟 달째 감소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 와중에 잠수함, 탄도미사일, 신형 방사포를 차례로 내세운 북한의 협박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중국 러시아까지 패권적 행보를 보이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 위기의 대한민국에 국익을 생각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파동은 정치의 본질적 기능과 집권당의 책무에 대해 거듭 생각해보게 한다. 문제의 보고서는 “한·일 갈등 사태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골목 주점에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취중에나 할 만한 내용의 저급한 정치공학적 정세보고서가 여당의 정책연구소에서 작성됐고, 소속 의원 전원에게도 보내진 사실이 놀랍다.

한국 기업들 생사가 걸린 ‘경제전쟁’ 와중에 한참 남은 선거의 표 계산이나 하는 게 말이 되는가. 국가의 기반이 무너지건 말건 총선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병론’ ‘죽창가’ ‘도쿄올림픽 보이콧’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론’ 등 그간 민주당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온 얘기들이 다 그렇게 짜여진 기획이었나 하는 공연한 의심까지 들게 하는 보고서였다.

국민들로부터 국가 운영을 위임받은 정당의 ‘정파 이익’과 ‘국익’이 다른 방향에 있는 것이라면 엄청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와 여당의 정책 가운데 그런 걱정을 갖게 하는 게 적지 않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면서 그간 매달린 정책이 다수 국민을 위한 것인지, 노동시장을 장악한 소수 노조세력을 위한 것인지부터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기업 현실을 무시한 산업안전보건법 등 사례는 널렸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법 개정을 강행하려는 것을 보면 이 정부의 주된 정책협의 상대는 여전히 노조세력 아니면 일부 좌편향된 사회단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 이 유명한 말이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게 1952년이다. 미국이 20세기 중후반 이래 어떻게 세계 최강국이 됐고, 워싱턴 정치가 혼탁은 하지만 그래도 생산적인 이유를 이런 말에서도 찾는다면 무리일까. 아직도 그대로인 ‘소득주도 성장’ 깃발 아래 기업을 억누르는 문제의 법들은 다수 기업과 국민을 위한 것인가, 소수의 핵심 지지 기반을 의식한 것인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기 위해 민·관·정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일본 재계를 가장 잘 알고, 네트워크도 가장 탄탄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배제한 행태는 치졸하기만 하다.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국에 정치적인 입맛을 따지고 편을 가르는 정부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진정으로 국가의 오늘과 미래를 책임진 국가운영을 하겠다면 한줌의 지지세력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보는 정치를 하는 게 마땅하다. 너무도 당연한 이런 당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파적 이익에 매몰된 채 포퓰리즘 선동을 부추기는 저급 정치는 이 기회에 완전히 추방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