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조종방사포 쐈다"는데, 軍은 "탄도미사일"…오판 논란

입력 2019-08-01 17:31
수정 2019-08-02 01:48
방사포냐, 탄도미사일이냐

北 "김정은이 시험사격 지도"
한·미 "탄도미사일과 유사" 고수



[ 이정호 기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직접 지도했다고 1일 보도했다. 한·미 군당국이 전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발사체 두 발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한 것과 완전히 엇갈리는 것이다.

북한의 발표가 맞다면 한·미가 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오인한 것이어서 대북 감시·정찰 능력과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둘러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까지 “비행 특성을 고려할 때 (방사포가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유도장치 장착한 신형 방사포일 수도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시험사격을 통해 새로 개발한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탄의 전술적 제원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무기 체계 전반의 전투 적용 효과성이 검증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에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조선중앙TV에 공개된 발사 당시 사진에 따르면 북한이 밝힌 대구경 조종방사포는 300㎜(KN-09) 또는 유도 장치를 달고 사거리를 연장한 개량형인 것으로 추정된다. 300㎜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최대 250㎞로 추정돼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 일부 군 전문가는 중국의 WS-2 다연장로켓과 비슷한 400㎜ 방사포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합참 “탄도미사일 비행 특성과 비슷”

북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기존 평가를 고수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비행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TV 사진이 공개된 뒤에도 “한·미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북한이 발사한 두 발은 고도 30㎞로 250㎞를 비행했다. 군은 발사체들이 초기 속도와 포물선 궤적 측면 등에서 러시아 이스칸데르급 KN-23과 비슷한 특성을 나타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 대형 잠수함 등 군비 증강 주력

군사 전문가들은 사거리가 수백㎞에 이르는 대구경 방사포의 경우 유도장치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하면 현재의 한·미 탐지시스템으로는 일반적인 단거리 미사일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방연구원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방사포냐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냐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북한이 기존 방사포를 탄도미사일급으로 개량하면서 남한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가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달 이후 신형 군사 장비를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3발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데 이어 25일에는 보통의 탄도미사일과 달리 하강 단계에서 ‘풀업(상승비행)’ 기동 등 요격 회피 비행을 하는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한반도의 군사 긴장 상황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말했다.

국정원 “이달 중 추가 도발 가능성 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이달 중에 또다시 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력 개선 및 시위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는 이유는 F-35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전력 도입, 한·미 연합훈련 실시 등에 반발하는 명분도 있고, 북·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 단계에 무기체계 개선 활동을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 실질적인 필요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은 지난달 공개 활동을 자제하면서 대미(對美)·대남(對南)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했다”며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이후 경제·민생 활동 없이 신형 잠수함 참관 등 정치·군사 행보에 치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