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장관들 긴급소집…135분간 대책 모색

입력 2019-08-01 17:23
수정 2019-08-02 01:43
긴장의 청와대

2일 임시 국무회의도 검토
대일 메시지·대국민 담화 낼듯


[ 김형호 기자 ]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결정 여부를 하루 앞둔 1일 청와대도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45분까지 일본의 각의 결정에 대비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등 관련 부처 수장들과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통상 1시간30분가량 걸리는 관계장관회의는 2시간15분 동안 열렸다. 회의 도중 문 대통령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회동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상보다 회의 시간이 길어진 것은 그만큼 문 대통령과 장관들이 점검해야 할 것이 많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관계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미국이 한·일 양국에 ‘분쟁 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제안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아베 신조 정부의 그간 태도를 고려할 때 막판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최종 결정할 경우 문 대통령의 담화를 비롯해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각의 결정이 나오는 2일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경우 청와대는 즉각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강한 어조의 대(對)일본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관련 부처 장관들과 대응책을 논의한 뒤 임시 국무회의 대신 5일께 대국민담화나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 등을 통해 발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막판까지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내일 한·미·일 회담이 열릴 때까지도 (문제가) 풀릴지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재가 됐든, 어떤 자리에서의 만남이 됐든 여러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시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폐기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자칫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효 시점이 각의 결정 이후 3주 뒤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파국을 막기 위한 외교적 방안을 모색할 시간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15일 문 대통령이 내놓을 8·15 경축사 메시지의 수위 역시 일본의 결정과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법 가능성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