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라이프 스타일'…트렌드 융합 이끄는 피데스개발

입력 2019-08-01 16:49
Cover Story - 피데스개발

주거 트렌드 읽는 '디벨로퍼'
신개념 공간가치 창출 앞장
성공 열쇠 '프로세스 매뉴얼'



[ 최진석 기자 ]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집이나 집 근처에서 보내는 휴가), 호캉스(호텔+바캉스)가 비키니, 모노키니 유행을 이끌 것이다.’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은 2017년 6월 ‘주거공간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엉뚱하게(?) 주택이 아니라 수영복의 미래 트렌드를 전망했다. 당시에는 수영복 중에서 야외활동에 최적화된 래시가드가 대세였을 때다. 피데스개발의 예언처럼 올해 소비자들은 비키니, 모노키니를 더 찾고 있다. 모노키니는 비키니와 원피스 수영복의 장점을 살린 아이템이다.

패션회사가 아닌 피데스개발이 수영복을 거론한 건 라이프 스타일과 밀접한 주거문화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피데스개발은 “집안에 해먹을 설치하고, 집 근처 동네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 저렴하게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도심 여가공간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며 “스테이케이션, 호캉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실내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비키니, 모노키니가 래시가드를 밀어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피데스개발은 아파트단지 내 체육관, 산책로, 오솔길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족이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트리트몰, 라이프스타일 센터형 상가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피데스개발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사랑채와 툇마루 공간을 도입한 아파트, 아파트 공용시설에 식물공장 설치 등의 주택 아이디어를 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트렌드 융합시대를 이끄는 공간 디벨로퍼로 주목받는 이유다.

○10년째 주거공간 트렌드 선도

피데스개발은 ‘2009년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발표를 시작으로 10년째 정기적으로 주거 트렌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주거 트렌드 도출을 위해 실수요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미래 주택 설문조사를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국내외 주거, 문화, 생활 트렌드 변화를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 주거 공간 수요의 맥을 짚고 앞으로 공간 개발의 나아갈 방향으로 ‘주거공간 트렌드’를 도출한다. 이 분석 결과는 기업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동시에 외부에도 발표하고 알린다.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것이다. 피데스개발의 주거공간 트렌드는 주택건설산업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주거는 패션, 외식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돼 있어 다른 산업에서도 주목한다.

피데스개발이 지난 6월 발표한 ‘2018~2019년 주거공간 트렌드’를 통해 제시한 것은 ‘올인빌’ ‘횰로 공간 각광’ 등이다. 올인빌(all in vill)은 ‘올인빌리지(all in village)’의 약자로 집 주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뜻이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등의 편의시설이 갖췄을 때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것을 말한다. ‘횰로 공간 각광’은 욜로족, 나홀로족으로 인해 횰로(나홀로+욜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카페 분위기로 꾸민 집이나 책방 같은 거실 등이 대표적인 횰로 공간이다.

○인필·프롭테크 등 미래 산업 개척 나서

건설업계에선 피데스개발을 ‘신뢰도 높은 전문가 집단’으로 평가한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데이터 분석 및 연구를 토대로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2005년 설립된 피데스개발이 부침이 심한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14년간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온 비결이기도 하다.

도시재생 시대를 맞아 버려진 부지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인필(infill: 빈 공간 채우기)’ 개발 성공사례도 만들어냈다. 2016년 10월 분양한 경기 성남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가 대표적이다. 토지 특성을 살려 개성 있게 특화 설계했고, 부지 특성을 활용해 외관에 뫼비우스띠를 형상화했다. 이는 업계에서 ‘인필 개발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래돼 기능을 다한 유통 공간을 새로운 복합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도 있다. 경기 안양 범계역 힐스테이트 모비우스가 그것이다. 세계 도시개발 방향인 TOD(대중교통 지향형 도시개발방식)가 붐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사업에 적용한 모델이다.

피데스개발은 최근 프롭테크(proptech)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자산(property)과 테크(tech)의 합성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주택산업의 미래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피데스 프로세스’, 독자적 성공 방정식 수립

2005년 설립된 피데스개발은 부침이 심한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마다 목표를 달성했고 사업 영역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은 물론 컨설팅, 사업 대행(PM), 도시개발뿐만 아니라 인필개발, 도시재생, TOD 등 새로운 개념, 새로운 영역의 공간개발을 이끌고 있다.

피데스개발 성장의 바탕에는 ‘제로베이스’ ‘현장 중심’ ‘역발상’ 등 세 가지 프로세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 성공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장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 사업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업무 추진 과정을 반복하면 현재 사업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마다 현장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은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역발상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제한사항 등을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피데스개발 관계자는 “당초 추상적인 개념만을 갖고 업무를 추진해왔지만 세부 프로젝트가 하나둘 성공하면서 직원들의 업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며 “현재는 전 직원의 프로젝트 추진 매뉴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