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피데스개발
인터뷰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 최진석 기자 ]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59·사진)은 부동산업계에서 ‘연구하는 디벨로퍼’로 불린다.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전문조사기관과 함께 주거 수요에 대한 조사를 매년 하며 개별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늘 소비자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개발 단계별로 상품에 반영한다. 입주 후에는 POE(거주 후 평가) 조사를 해 차기 사업에 활용한다. 시장을 분석할 때는 철저하게 데이터 중심으로 한다. 김 사장이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이유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 부동산 개발 경험이 많은 디벨로퍼 중 한 명이다. 대우건설에서 70여 건, 2005년 피데스개발 설립 후 16건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프로젝트 종류도 다양하다. 아파트는 물론 최고급 빌라, 주상복합아파트, 복합단지, 원룸형 오피스텔, 상가 등이다. 최근에는 프롭테크(proptech)를 활성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자산(property)과 테크(tech)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김 사장은 “부동산 중개, 3차원(3D) 공간설계,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건물관리 등 프롭테크가 앞으로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시장은 늘 빠르게 변합니다. 소비자 니즈가 변하는 속도에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가구가 빠르게 분화되고,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주택시장은 역대 경험하지 못한 변환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시장은 늘 옳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 수요에 따라 주택시장은 숨 가쁘게 움직일 것입니다.”
▷디벨로퍼로서 부동산 경기를 몇 년 뒤까지 내다봅니까.
“주택시장은 미국의 금리 발표에도 신경 써야 할 정도로 민감합니다. 국내 부동산 정책 변수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와 내년, 3년 뒤 부동산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기본 시장논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수요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3년 뒤 부동산 경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공급 부족 압박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지금 집을 사야 하나요.
“철저하게 주관적인 관점에서 주어진 상황에 맞춰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어떤 공간이 나와 가족에게 맞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집을 사야 할지, 살아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부동산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져 왔습니다. 하지만 공유경제시대를 맞아 한정된 공간도 많은 사람이 나눠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셰어하우스, 셰어오피스에 이어 셰어키친까지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분위기는 프롭테크산업 발전과 함께 확산될 것입니다. 경제적인 ‘자산가치’와 ‘거주가치’로서의 집은 다릅니다. 구매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 변화 중 무엇이 눈에 띕니까.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국제인구이동’ 자료를 보면, 90일 초과 거주하는 순유입 인구가 사상 최대치였습니다. 그중 외국인 순유입은 13만 명입니다. 전년 대비 2만6000명 증가했으니 1년 새 10%나 늘어난 것입니다. 최근 4년 동안 국내 거주공간이 필요한 외국인 유입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죠.”
▷사업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이 사업지를 직접 가서 보고 판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부지 매입이 확정될 때까지 부지를 가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땅은 한정돼 있지만 그것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는 한정돼 있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 성남 ‘판교 힐스테이트 모비우스’ 프로젝트입니다. 주변에서 다들 개발이 어렵다고 할 때 땅의 잠재가치에 집중했습니다. 판교의 끝이라는 생각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판교의 시작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층수 제한의 한계는 천장고를 높이는 아이디어로 전환됩니다. 사업지를 고를 때 땅의 잠재가치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공간 수요에 그 잠재가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직원 업무능력 극대화를 위해 어떤 동기 부여를 하나요.
“요즘 젊은 직원들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적의 동기 부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공간상품이나 첨단 기술의 현장을 직접 가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설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첨단 기술의 현장을 느낄 수 있도록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 직원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판교 힐스테이트 모비우스를 분양할 때 모델하우스를 짓지 않고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게 한 상품이 가장 먼저 분양을 끝낸 적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사업에 적용해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일입니다.”
▷어떤 디벨로퍼 회사가 되고 싶습니까.
“지속가능한 기업, 꾸준히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시장의 공간 수요 변화에 맞춰 최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자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통찰하는 철학과 유연성을 가진 조직이 됐으면 합니다. 또 다양한 전문 분야의 디벨로퍼, 기업들과 힘을 합쳐 도시를 바꾸는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성공시키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한국에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디벨로퍼가 나오길 바라고, 피데스개발도 그중 하나이길 바랍니다.”
▷앞으로 성장 전략은 무엇입니까.
“외형적 성장 목표를 갖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성장 전략을 어디에서 도출해 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공간 개발은 대체로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호텔 등을 개발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고객을 찾아 개별 분양하는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구도였습니다. 앞으로는 B2C 중심에서 다양한 B2B(기업 간 거래) 구도로 확대될 것입니다. 펀드, 리츠 등 금융업과 함께 관리운영 전문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개발 구도가 형성될 것입니다. 공유경제시대를 맞아 공간 효율이 높아지고 소비자는 필요한 공간을 원하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프롭테크가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회사도 이 부분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승배 사장 약력
△1961년 경북 의성 출생 △성남고,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1983년 대우건설 입사 △2003년 대우건설 주택사업담당 이사 △2005년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수석부회장 △대한주택건설협회 서울시회 부회장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