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활짝 웃은 LG생건 vs 우울한 아모레퍼시픽…차이는 '스토리텔링'

입력 2019-08-01 11:08
아모레퍼시픽그룹, 올해 2분기 실적 부진
LG생활건강,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
고가 화장품 가격 정책, 브랜드 스토리텔링 중요성 부각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상황 대응과 고가 화장품 라인의 스토리텔링 등 마케팅 전략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5689억원, 영업이익은 11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0% 증가, 영업이익은 35.2% 줄어든 성적이다. 당기순이익은 41.2% 줄어든 746억원이었다. 이는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 여행을 금지한 '한한령' 이후인 2017년 2분기보다도 저조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3.7% 증가한 1조393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9.8% 감소한 878억원에 그쳤다. 국내 사업 매출만 놓고 보면 2% 증가한 891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735억원에 불과했다. 로드숍 시장 침체 영향으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매출도 각각 8%, 20% 하락한 1476억원, 45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에뛰드도 적자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해외 실적이 뼈아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사업 매출은 7% 증가한 5121억원, 영업이익은 56% 줄어든 201억원에 머물렀다. 아시아와 북미를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했으나 글로벌 성장을 위해 브랜드와 유통 채널을 확대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업체들이 중국에서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비용 대비 낮은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브랜드력 제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실적 개선 속도도 기대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어 "중국 법인의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지출이 있었지만 매출 증가율은 2~3% 수준에 머무르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설화수와 헤라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30%, 80% 이상 증가했지만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저가 라인들의 판매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홍콩과 유럽 지역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성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근본적인 브랜드 유통 채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면세점과 중국 법인도 글로벌 및 중국 로컬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의미 있는 점유율 상승이 녹록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다수의 증권사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상황에 우려감을 드러내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반면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은 또 다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차석용 매직' 효과를 이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LG생활건강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결기준 전년동기대비 10.9%, 12.8% 증가해 각각 1조8325억원과 3015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매출은 3조7073억원, 영업이익 6236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11.9%, 13.2% 증가했다.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다.

특히 주력 분야인 화장품 부문은 2분기 매출 1조1089억원, 영업이익 2258억원을 달성했다. '후', '숨', '오휘' 등 프리미엄 화장품 라인이 호실적을 이끌었고 더마코스메틱 'CNP'도 28%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후'는 다양한 캠페인 진행과 스페셜 에디션 출시 등 고급화 전략을 통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 24% 증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숨'과 '오휘' 초고가 라인업 '숨마, 더 퍼스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7%, 43% 성장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중국 법인 실적이 두드러지는 등 빈틈없는 완벽한 실적"이라며 "'후', '숨'의 매출액이 각각 34%, 43% 증가하는 등 중국 법인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30%를 기록했다"고 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숨'은 모델로 기용한 중국 배우 '구리나자(古力娜bN)' 효과로 초고가 라인인 로숨마시크 매출액이 67% 증가했고 좋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중국 화장품 시장은 럭셔리 라인의 강세와 로컬 브랜드의 가성비를 중심으로 한 점유율 확대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중국 매출액의 90% 수준이 럭셔리 브랜드로 구성된 LG생활건강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업체의 엇갈린 희비에 대해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생활산업국제대학 학장인 김주덕 교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가격 정책의 차이를 꼽았다. 그는 "중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로레알, 시세이도와 같은 고가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LG생활건강은 '후'와 '숨', '오휘'의 마케팅과 가격 정책을 고급스럽게 잘 형성했지만 설화수는 상대적으로 전략이 부재했다"며 "'후'가 중국 내에서 히트를 치는 이유는 용기 모양부터 우리나라 조선 왕조를 연상시키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이름부터 왕후를 떠올리기에 충분하지만 설화수가 내세운 한방 이미지는 이제 중국 내에서 큰 의미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