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메시지·업무 강요…직장인 애환 다룬 영상 돋보여

입력 2019-07-31 21:58
수정 2019-08-01 00:33
제7회 박카스 29초영화제 시상식

눈길 끄는 출품작


[ 김희경 기자 ]
‘제7회 박카스 29초영화제’에는 직장인들의 피로를 다루며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지난해엔 수험생의 피로를 그린 작품이 많았는데, 올해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과 맞물려 직장인들에게 보다 초점이 맞춰졌다.

일반인 특별상을 받은 방승환 감독의 ‘휴가라는 이름의 출장’은 휴가철 직장인의 비애를 담고 있다.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러 온 한 남자는 쏟아지는 상사들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괴로워한다. “저 휴가입니다”라고 해보지만 메시지는 내용만 바뀐 채 계속 온다. 립스틱 사진을 보내며 “사다 줄 수 있어?”라고 묻거나 “선물은 괜찮아”라는 식이다. 그래도 기운 차리려 박카스를 꺼내들어 마시는데, 옆에는 바닷가에 와서도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또 다른 직장인이 있다. 그는 마시려던 박카스를 주며 위로를 건넨다.

김원호 감독도 직장인의 고충을 다룬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피로는 최고이다’라는 작품으로 일반부 특별상을 받았다. 직장 선후배, 친구들에게서 늘 ‘최고’라는 말을 듣고 사는 남자. 그러나 왠지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힘겹게 느껴진다. 그는 한강 근처에서 소주를 마시며 스스로를 위로하려 한다. 그때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들 힘들지? 늘 최고가 아니어도 된다.” 이 말을 들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소주 대신 박카스를 집어든다.

일반부 장려상을 받은 김나온 감독은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피로는 강요다’란 작품에서 직장 생활에서 한 번쯤 들었을 ‘남자다움’ ‘여자다움’에 대해 그린다. 화분을 옮겨 달라는 요청을 받은 신입 남성은 끙끙대며 힘을 써본다. 여자 선배는 “뭔 남자가 힘이 없어?”라고 한다. 신입 여성에게는 남자 선배가 “여자는 말야, 섬세해야지”라고 얘기한다. 신입 여성은 끝내 “말끝마다 여자, 남자. 지겹다”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신입 남성은 박카스를 건네면서 “아까 멋있었다”며 웃어 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