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양이 가족

입력 2019-07-31 17:53
배덕효 < 세종대 총장 president@sejong.ac.kr >



세종대 정문 옆에 한 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다. 이 고양이 가족은 세종대의 마스코트다. 학생들은 이 고양이 가족을 ‘세종 냥이’라고 부른다.

이 고양이 가족이 세종대에 살게 된 것은 약 3년 전 대학 경비아저씨가 길 잃은 고양이를 학교 정문 경비실에서 키우면서부터다. 고양이 가족은 경비아저씨와 동고동락하면서 사람을 잘 따르게 됐다. 올초에는 ‘세종대 명예 경비원’이라는 별칭도 붙여줬다.

학생들은 고양이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호회를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도 했다. 동호회 학생들은 고양이 치료비와 음식, 놀이기구 등을 구입하기 위해 고양이 사진이 들어간 물품을 팔아서 필요 경비를 조달한다.

고양이 가족을 위한 펀딩은 조기에 모금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많은 학생이 고양이 가족에게 큰 관심을 갖고 용돈을 쪼개서라도 후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정문 경비실에 가서 고양이 가족을 돌본다.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정문 옆이다 보니 교통사고 위험이 커 학생들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어린이 친구도 이 고양이 가족을 보러 온다. 세종대 근처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에 놀러온 어린이들이다. 이들 어린이는 고양이 가족을 만나면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동물이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한다. 동물을 학대하고 가볍게 대하는 선진국은 없다. 과거 미국에서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를 비교 연구한 논문을 본 적이 있다. 가난한 동네보다는 부자 동네에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는 내용이다. 이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동물에게도 더 많은 배려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반려동물이 환자와 교감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혼자 외로이 투병하는 환자는 동물을 만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 연예인을 포함한 많은 동물애호가가 국회 앞에서 ‘개를 사랑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1629년 조선시대 인조 때 김성발이라는 사람이 개를 키웠다. 그는 이웃마을 행사에 다녀오다가 술에 취해 말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게다가 들에 불까지 났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개가 낙동강 물에 몸을 적셔 불을 끄기 시작했다. 자기 몸이 불에 그슬려 죽을 때까지 수십 번을 왕복하며 주인을 지켰다. 이 개의 무덤이 경북 구미에 있는 의구총이다. 이처럼 개는 인류가 가장 가깝게 지내온 동물이다.

동물들이 행복해야 선진국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동물들이 행복한 나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