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는 31일 오후 2시(한국시간 1일 새벽 3시) 미 중앙은행(Fed)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인하폭(0.25%포인트냐, 0.5%포인트냐)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인하 결정 자체는 기정사실로 믿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인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대다수는 이번 금리 인하를 ‘인슈어런스 컷’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보험적 성격으로 낮추는 것이란 뜻입니다.
실제 실업률이 3.7%로 역사적으로 낮고, 이날 발표된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35.7에 달할 정도로 높은 가운데 금리를 낮추는 데 대해선 논란이 많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날 “여전히 실업률은 매우 낮고 경제는 뜨겁다”면서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을 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 미리 금리를 몇 번 낮추는 것이란 시각이 바로 ‘인슈어런스 컷’입니다.
‘인슈어런스컷’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Fed가 이번 회의뿐 아니라 연말까지 한 두번 정도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과거 불황이 아닌 때에 단행한 '인슈어런스컷'은 평균적으로 6개월간 2~3차례 인하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금리를 인상하기까지는 17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인하를 새로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내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Fed가 금리를 계속 내린다는 건 불황이 멀지않았다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는 “Fed의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은 불황 때문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2%를 넘을 것처럼 보였던 물가는 다시 1%대 중반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Fed가 핵심 물가 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이날 지난 6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1.6%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에서는 전월비 0.2%, 전년비 1.7%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낮게 나온 겁니다.
게다가 물가에 대한 향후 기대도 매우 낮습니다. 뉴욕연방은행과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집계하는 인플레이션 기대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온라인쇼핑 확대, 노령화로 인한 수요 감소, 노령화 인구의 노동인력 유입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펀드매니저는 “Fed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디플레이션인데, 현재 상황이라면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디플레이션을 두려워하는 대표적 학자입니다. 그는 Fed 이사이던 2002년 ‘다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라는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연설에서 “총지출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과 통화 정책을 사용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또 “디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선 헬리콥터에서라도 돈을 뿌리겠다”고 밝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이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헬리콥터 벤’은 실제 Fed 의장이 된 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초래된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엄청난 양적완화(QE)로 대응했습니다.
얼마 전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경기가 둔화될 때 정책당국자들은 신속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재앙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7월말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뉴욕연방은행이 곧 해명했지만, 버냉키 전 의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벌언입니다.
이 월가 매니저는 “만약 이번 금리 인하가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면 뉴욕 증시는 3500~400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3100으로, 내년말 목표치로는 3400을 제시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비둘기로 돌아선 Fed가 올해 증시 랠리를 이끌 것”이라며 “저금리가 지속적으로 평균 이상의 미래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