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다큐영화 '알랭 뒤카스…'
[ 유재혁 기자 ] 알랭 뒤카스는 세계 31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모두 21개의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프랑스 요리의 거장이다. 지금은 제자들에게 요리와 식당 운영을 맡기고 각국의 뛰어난 요리를 찾아 미식여행을 하고 있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알랭 뒤카스:위대한 여정’(감독 쥘 드 메스트르)은 그의 요리 철학과 여정을 2년여간 추적해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뒤카스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레스토랑을 별채로 짓는 과정을 중심으로 그의 요리 여정을 삽입해 보여준다.
뒤카스에게 요리는 무한한 우주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그는 왕성한 호기심에 이끌려 아직 먹어보지 못한 맛을 찾아 런던, 홍콩, 베이징, 교토, 마닐라, 파리, 뉴욕, 리오로 끊임없이 미식 기행을 떠난다.
뒤카스는 맛을 음미하되, 레시피를 적지 않는다. 제자들이 그의 레시피를 받아 적은 책도 찢어버렸다. “네 자신의 미각을 믿고 너만의 방식으로 요리를 창조하라”고 주문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요리의 본질이지 획일화된 매뉴얼이 아니다. 자신이 소유한 각국 식당에서도 프랑스 요리의 DNA를 넣되, 현지식 문화와 결합한 요리를 내놓는다. 글로벌과 로컬을 합친 ‘글로컬’ 메뉴를 지향한다.
그는 건강한 식재료의 맛을 살리는 자연주의 요리를 추구한다. 소금과 설탕, 기름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동물성 단백질도 줄이고 식물성 메뉴를 더 많이 개발해 선보인다. 재료의 순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최상의 재료 생산지를 탐방한다. 중국의 캐비어 생산지, 브라질의 코코아 농장, 남프랑스 채소농장 등을 방문해 맛을 본다.
제자들이 만든 음식도 품평할 때는 “너만의 한방을 얹어보라”고 권유한다. 셰프가 요리에 영혼을 얹도록 주문하는 것이다. 뒤카스가 마침내 문을 연 베르사유 식당에서는 17세기 왕의 식단을 현대적으로 진화시킨 메뉴를 선보인다.
영화는 뒤카스가 메뉴를 선정하는 과정과 인테리어, 식기 디자인, 유니폼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는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지구 자원 보호에 힘쓰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도 담아낸다.
다만 카메라는 뒤카스의 발걸음을 묵묵히 비출 뿐 그의 사생활은 일절 드러내지 않는다. 셰프의 세심한 손끝으로 탄생한 각양각색 요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은 즐겁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