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부동산신탁 경쟁…우리·교보 가세

입력 2019-07-28 18:24
수정 2019-07-29 02:05
교보, 생보신탁 지분 100% 확보
우리금융, 국제자산신탁 인수
신한, 아시아신탁 자회사로 편입


[ 정지은/임현우 기자 ] 부동산 신탁사업에 뛰어드는 금융회사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올 들어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각각 부동산 신탁회사를 인수했고, 교보생명도 부동산 신탁 계열사 지분을 늘려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겠다는 게 이들 금융회사의 공통된 판단이다.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신탁의 주요 고객인 고액자산가를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금융회사, 연이어 부동산 신탁 인수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부동산 신탁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생명이 갖고 있던 생보부동산신탁 50%(50만 주) 지분인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교보생명은 생보부동산신탁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생명은 생보부동산신탁 지분을 교보생명에 매각하는 대신 기존에 갖고 있던 부동산자산 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도 25일 국제자산신탁 인수 계약을 맺었다. 신한금융은 지난 5월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농협금융은 신규 신탁업 인가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대신 부동산투자운용사인 리츠운용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증권사들도 부동산 신탁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디에스에이티컴퍼니(대신증권), 신영자산신탁(신영·유진투자증권), 한국부동산신탁(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신규 인가를 받은 부동산 신탁사 3곳은 이르면 다음달 본격 사업을 시작한다.

“성장 가능성 커”

부동산 신탁업은 토지주의 소유권을 신탁사로 이전해 해당 토지를 개발 및 관리해 그 이익을 돌려주는 사업이다. 다른 금융사업보다 투자 자본 대비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신탁사가 사업비를 대거나 준공을 책임지는 등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차입형 신탁,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보전해 주거나 분양사업을 지원하는 관리형 신탁 등이 주요 유형이다. 시공사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해 공사가 중단될 경우까지 보증해주는 책임준공형 신탁도 있다.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신탁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정비사업과 맞물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많지 않아도 4~5년 뒤엔 중요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신탁회사의 수탁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11개 부동산 신탁회사의 수탁액은 사상 최대인 20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9%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신탁 서비스를 통해 고액자산가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부동산 개발·대출·자문 등을 아우르는 종합부동산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통상 부동산 신탁 고객은 토지나 건물을 소유한 고액자산가여서,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지은/임현우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