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서울대 명예교수 "AI같은 지능형 반도체의 생태계 조성 힘쓸 것"

입력 2019-07-28 18:01
수정 2019-07-29 03:48
지능형반도체포럼 초대 의장
박영준 서울대 명예교수

'반도체의 미래먹거리' 연구하는
산·학·연 공동포럼 첫 대표 맡아


[ 장현주 기자 ] “지능형 반도체는 정부가 10년간 약 1조원을 투자하는 미래 핵심 분야입니다. 반도체 설계·제조기술은 물론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출 때 지능형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지능형 반도체 포럼’ 초대 의장에 오른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67·사진)는 지능형 반도체의 육성을 위해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능형 반도체란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학습을 해나가는 반도체를 말한다.

포럼은 AI 시대에 발맞춰 지능형 반도체 기술의 최신 동향과 발전 방향을 산·학·연이 공동으로 모색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대기업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인텔·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60여 곳, 170여 명이 참여한다.

박 의장은 대표적인 1세대 반도체 연구자다.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 매사추세츠대 전기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나노응용시스템국가핵심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반도체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힘썼다. 이 공로로 지난해 10월 열린 제11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등과 함께 ‘자랑스러운 반도체인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박 의장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반도체업계의 어려움을 ‘인재 고갈’에서 찾는다. 그는 “언제부턴가 반도체는 기업만 담당하는 분야로 여겨졌다”며 “지난 10년간 반도체와 관련된 정부의 연구비 지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이 반도체 연구를 점차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우수 인력이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그나마 공급되던 국내 개발 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해가는 것도 문제다.

일본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더 큰 타격이다. 박 의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주요 고객들이 한국을 떠난다면 이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건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반도체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게 박 의장의 주장이다. 그는 “1980년대 처음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지금보다 더 척박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반도체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개선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종말을 맞고 있다”며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기에 지능형 반도체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지능형 반도체는 한국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죠.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산·학·연 연계를 강화해 국내에 지능형 반도체 생태계를 만드는 게 포럼의 목표입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