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자 보호' 자임한 정부, "제도 개선" 소상공인 호소 외면 말아야

입력 2019-07-28 17:47
"배고픈 저녁이 기다리는 삶은 근로자도 싫어한다"
근로자 '일할 권리' 박탈한 획일적·강제적 주52시간제
'쪼개기 고용' 유도하는 '시대착오' 주휴수당 폐지해야


지난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주 52시간 근로제 등 고용 관련 제도 개선 요구를 쏟아낸 소상공인들의 호소는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거듭 확인시켜줬다. 고용부가 소상공인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실을 외면한 제도 강행의 문제점을 사례를 들어 하소연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하루 14시간 이상 영업하는 마트 특성상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근로자들은 저녁이 있는 배고픈 삶을 원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유기준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주휴수당제도로 인해 주 15시간 미만 초(超)단시간 노동자 고용이 늘고 있다”며 주휴수당제도 폐지를 요청했다.

주휴수당은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하루치 수당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전무(全無)하다시피 했던 시절 도입된 주휴수당은 세금을 통한 국가 복지가 시행되는 요즘에는 강행할 근거가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 지적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주휴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른바 ‘쪼개기 고용’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정부 의도와 정반대로 구직자들에게 더 열악한 환경이 빚어지고 있다.

김형순 외식업중앙회 서울 중구 지회장은 정부 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차등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장관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장관의 말을 믿고 기대해야겠지만, “지금까지 무엇을 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들의 하소연과 제도 개선 요청은 숱하게 되풀이돼 온 것이다. 노동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강행한 조치들이 소상공인들을 압박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하면서 노동시장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있는 근로자들에게로 불똥이 튄 지 오래다.

“사회적 을(乙)들을 더 큰 어려움 속으로 몰아넣고, 상호 갈등을 정부가 조장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지도 꽤 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작된 이래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통계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사업자는 필요한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근로자는 생활에 필요한 수입을 늘리기 위해 더 일하고 싶어도 1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게 강제한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점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헌법이 보장한 사업자와 근로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슨 근거로 억압하느냐”는 지적에 정부가 귀를 막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주휴수당제도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더 무슨 얘기를 듣고, 무엇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건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 그동안의 질주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을 위하고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이루겠다고 다짐한 정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