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차량 드라이빙 퍼포먼스 체험 기회
급제동, 회피, 빗길 주행 등 대처 노하우도 습득
우리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자동차의 성능을 얼마나 끌어내고 있을까?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 몇 초’를 강조하지만 실제 주행 환경에서 이를 경험할 기회는 없다. 고속주행에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을 일이나 차량을 일부러 미끄러지도록 만들 일은 더더욱 없다.
일상에서 이런 경우를 만난다면 긴급한 상황일 것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던 중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나 반사적으로 회피하거나 빗길 노면에 실수로 차가 미끄러지는 등의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는 제대로 대처해 자신과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가 던지는 질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독일 본사가 개발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인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지난해부터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운영하고 있다. 본사에서 인증한 전문 강사진이 초급부터 고급까지 단계별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올해는 기존 AMG 퍼포먼스 외에 AMG 어드밴스드와 AMG 프라이빗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여성 운전자를 위한 AMG 포 레이디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의 선택지를 높였다. 올 상반기 총 8회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 교육에서는 180명이 수료했다.
드라이빙 아카데미에 참여하면 AMG GT S, AMG S 63 4MATIC+, AMG E 63 4MATIC+, AMG C 63 S 쿠페 등 고성능 차량이 종류별로 제공된다. 2도어와 4도어, 전륜과 후륜 등을 골고루 비교하며 체험하라는 의도다.
참가자는 이들 차량을 번갈아 탑승하며 제로백과 브레이킹 체험, 고속 슬라럼 주행을 통한 장애물 회피 핸들링 교육, 빗길 젖은 노면에서 ABS/ESP 등을 이용한 차량 제어 교육, 트랙 주행과 택시 드라이빙을 통한 실전 교육 등을 받게 된다.
기자가 참가한 프로그램은 초급 단계인 퍼포먼스에 일부 고급 단계인 어드밴스 과정을 섞었다.
첫 교육은 제로백과 브레이킹 성능을 체험하는 드래그 코스로 시작했다. 자차만 운전한다면 느끼지 못했을 전륜과 후륜의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들 차량은 100km/h까지 넉넉히 잡아도 4초면 도달했지만, 후륜은 핸들이 가벼워지고 브레이킹도 뒤에서 끌듯이 멈춘다는 차이가 있었다. 후륜 차량의 제동거리가 전륜 차량보다 길다는 차이도 있었다. 운전자가 전력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의 제동거리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 가늠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
다음 교육은 고속으로 주행하며 장애물을 회피하는 슬라럼 주행이었다. 강사는 주행을 보며 무전으로 “그냥 앞을 보지 말고 자신이 나가려 하는 방향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습을 반복하자 장애물로 세워진 러버 콘을 모두 피할 수 있게 됐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시간도 단축됐다.
AMG 스피드웨이에는 살수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빗길에서 발생하는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서킷을 충분히 적시자 원 선회 교육이 시작됐다. 서킷 중간에 세워둔 러버 콘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차량이 미끄러지는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다. 차량의 제어 시스템을 모두 켜둔 상태에서는 아무리 고속을 내더라도 차가 미끄러지지 않았지만, 레이싱 모드로 전환하고 ESP 시스템을 끄자 차가 이내 180도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젖은 노면에서 몇 차례 빙글빙글 미끄러지자 미끄러질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차가 접지력을 잃는 순간의 감각을 습득한 셈이다. 후에는 차량이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상황의 대처법을 배웠다. 가속을 멈추고 핸들을 미끄러지는 반대편으로 풀어주거나 드리프트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연습 역시 이뤄졌다.
서킷 주행도 이뤄졌다. 여러 차량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대열을 유지하며 AMG 스피드웨이를 질주했다. 대열이 안정되자 점차 속도가 붙었고, 직선 구간 최고 속도는 230km/h까지 높아졌다. 제한 최고 속도가 110km/h인 일반 고속도로에서는 구경할 일 없는 숫자다.
속도가 높아지니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서킷 경험은 일천하지만 운전경력이 길다는 이유로 가장 운전을 잘하는 그룹에 포함됐던 기자가 문제였다. 가속과 급제동, 선회 등의 기술을 배우며 시속 200km/h까지 주행할 때는 큰 무리 없이 대열을 유지했지만 대열의 속도가 더 빨라지자 오버스티어가 발생한 것.
총 두 차례 오버스티어가 발생했는데, 한 번은 언더스티어 상황에 빠져 반사적으로 감속을 하자 곧바로 오버스티어가 나며 차가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그 다음에는 헤어핀 구간을 탈출할 때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지만 즉각 핸들을 돌려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반복된 교육의 성과였다. 고속에서도 어느정도 대처가 가능해진 만큼, 일반 도로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잘 해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는 순간이었다.
교육의 마지막은 전현직 프로 레이서로 구성된 강사들이 직접 모는 차량에 동승하는 택시 프로그램이었다. 270km/h를 넘나들며 모든 코너 구간을 자욱한 타이어 연기와 함께 드리프트로 통과하는 묘미는 잊기 힘든 경험이라 할 수 있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 교육은 운전면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포 레이디스 반일 60만원, 퍼포먼스 1일 100만원, 어드밴스드 2일 200만원이다. 세션당 인원이 5명으로 제한된 프라이빗은 1일 300만원이다.
절대적인 금액으로는 꽤 높은 편이지만, 교육을 하며 소비하는 타이어와 기름, 브레이크 패드, 차량 정비 등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 종일 자신의 차로 제로백과 급브레이크를 하거나 180도 미끄러지는 상황을 연출한다면 그 뒷감당 비용도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 강사들의 교육과 서킷 이용이 곁들여지니 되레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교육비의 10%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기부금으로 전달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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