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장수기업'파버카스텔'다니엘 로거 CEO "260년 기업 장수 비결은 혁신 또 혁신 강조한 거죠"

입력 2019-07-25 17:29
수정 2019-07-26 00:41
1761년 창업한 독일 필기구업체
링컨·고흐 애용…40만원 고가도
"연필 제조에도 AI 등 시도해야"
지능개발엔 연필…年 3%씩 성장


[ 김낙훈/신경훈 기자 ] “아날로그 기업도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기계와 기계가 대화하는 스마트공장이나 인공지능(AI)을 가까운 시일 내 도입하려는 것은 이런 혁신을 위해서입니다.”

한국을 찾은 독일 필기구 업체 파버카스텔의 다니엘 로거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장수기업의 비결을 묻자 “끊임없는 혁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파버카스텔은 1761년 창업돼 약 260년간 경영을 지속해온 필기구 분야의 세계 최고(最古) 장수기업이다.

로거 CEO는 ‘연필에 무슨 혁신이 필요한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지니고 있던 연필을 주며 “심을 부러뜨려보라”고 했다. 연필을 바닥에 던져보고, 연필 가운데를 강하게 눌러도 심은 부러지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혁신 노력의 성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연필심인 흑연을 어떤 식으로 단단하게 가공하는지가 파버카스텔의 오랜 역사 속에 녹아 있다고 했다. 친환경 수성페인트 사용, 연필심 경도 분류, 연필에 브랜드 도입 등이 모두 이 회사가 시도한 혁신이다. 필기감도 좋아 에이브러햄 링컨, 반 고흐, 칼 라거펠트 등 수많은 명사가 애용했다. 연필은 한 자루에 200원짜리도 있지만 40만원짜리도 있다.

그는 “회사엔 할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근무하는 장기근속자가 많다”며 “이들의 숙련된 손끝에서 명품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속연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품질을 높이고 혁신에 나서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혁신은 제품의 품질·작업공정·경영 및 관리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스마트공장과 인공지능 도입을 서두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로거 CEO는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혁신 제안자에게 적절한 포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필이 사양업종이 아니란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컴퓨터와 스마트폰시대가 도래했어도 어린이 지능 개발에 연필을 따라올 제품은 없다”며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대신 필기구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도록 지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필기구 시장은 해마다 2~3%씩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로거 CEO는 지한파로 통한다. 스와치그룹 등을 거쳐 2017년 파버카스텔 CEO로 취임 전까지 한국을 50차례가량 방문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라며 “최신 트렌드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명품의 섬세한 차이를 충분히 인정하고 이에 기꺼이 비용을 낼 줄 안다”고 말했다. 파버카스텔의 직원은 약 8000명, 연매출은 약 1조원 수준이다. 제품은 120개국에서 판매된다. 주력 제품은 연필 색연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생산제품은 약 3000종에 이른다.

글=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사진=신경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