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화웨이 아니다"…국제사회 日 비판 확산

입력 2019-07-25 17:22
수정 2019-07-26 02:31
'화이트리스트' 韓제외 추진에
"日, 위험하고 파괴적인 보복"
美 싱크탱크 AEI·암참 한목소리


[ 주용석 기자 ] 일본이 수출 통제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제외하려 하자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이유로 일본에 사실상 수출 통제 철회를 촉구하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일본, 한국에서 물러서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가 아니다’는 제목의 연구원 칼럼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미 무역대표부(USTR) 자문위원을 지낸 클로드 바필드 연구원은 이 글에서 “한·일 과거사와 관련해 어느 편을 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위험하고 파괴적인 보복을 했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 세계 전자업계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5세대(5G) 이동통신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화웨이의 5G 영향권에 드는 것을 막아오던 와중에 5G산업의 ‘총아’로 떠오른 삼성전자가 곤란에 빠져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논의 등을 언급한 뒤 “어떤 결정이 나오든 필수적인 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설득해 수출 규제를 철회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25일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통해 “한국과 일본 간 무역 피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자 우방인 한·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본 현안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반도체산업협회,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등 미국의 6개 전자업계 단체는 한·일 통상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일본 수출 규제를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정책 변경’이라고 규정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IHS마킷의 라지브 비스와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는 연쇄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과 중국도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국을 상대로 한 아베 신조의 가망 없는 무역전쟁’이란 사설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