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에서는 전화 받을 때 ‘모시모시(여보세요)’라고 하면 안 됩니다.”
일본의 한 대기업에 취업했던 박 주임(가명)의 말입니다. 모시모시라고 전화를 받는 건 비즈니스 일본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데요. 대신 ‘오세와니낫데 오리마스(신세지고 있습니다)’라고 한 뒤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일상어와는 다른 비즈니스 화법이 따로 있을 정도로 절차와 예절을 따지는 일본 문화의 단편적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주최한 일본취업 박람회를 통해 현지 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원래 한국에서 취직하고 싶었던 박 주임이었지만 취업난을 뚫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취업으로 눈을 돌렸던 이유입니다. 어릴적 일본에 잠시 살았고, 일본어도 곧잘 하기 때문에 취업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3년 정도 다닐 생각으로 일본에 건너갔지만 1년 만에 사표를 냈습니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와 다른 회사에 몸담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지만,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게 박 주임 설명입니다. 일본 특유의 비즈니스 예절이 대표적입니다. 가령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면 처음 울리는 전화벨소리가 끝나기 전에 얼른 수화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는 게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라네요. 이 외에도 세세한 부분까지 비즈니스 예절을 지켜야했지만 외국인인 박 주임이 일본식 예절을 모두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처우가 국내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도 회사생활이 힘든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대졸 초임 월급이 200만~260만원 정도라는 게 박 주임 설명인데요. 월세만 80만~120만원에 달하는 도쿄에서 이정도 월급으로 버티기 위해 자린고비처럼 절약해야 했습니다. 매일 회사에 도시락을 싸서 다녔고, 외식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관람 등 문화생활이나 여행은 꿈도 못꿨지요.
기업 문화도 한국에 비해 보수적이었다고 합니다. 박 주임이 다녔던 회사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조회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아침조회처럼 모든 사원이 모여 회사 방침을 낭독해야 했습니다. “나는 이 회사의 자랑스런 사원이다. 오늘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식이었는데요. 아침마다 정신교육을 받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와(和, 집단 질서와 예절을 중시하는 것)’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박 주임은 덧붙였습니다. 조직에 순응하고 잘 따르는 사람을 좋아하고, 비판하거나 반박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풍토도 이런 맥락이라네요.
박 주임의 일본기업 퇴사기는 2편에서 계속되는데요. 취재진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던 일본의 비즈니스 복식 예절이 이어집니다.
▶퇴사의 이유에서 사연을 받습니다.
억울한 대우를 받아서, 부당한 조직문화에 지쳐서 등 퇴사를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dilive@hankyung.com 혹은 hkdlive@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위로와 공감되는 영상으로 속시원히 풀어드리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